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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군사독재자 피노체트 ‘칠레판 박정희’ 논란

등록 2010-10-04 09:30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서] ⑥ 칠레, 20년만의 우파 정권
쿠데타로 집권해 인권유린
미국 등에 업고 경제개발

“피노체트는 오늘날 칠레의 아버지다.”

저명 정치평론가인 칠레 디에고 포르탈레스대 파트리시오 나비아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피노체트(1974~1990 집권)가 1973년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를 군사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집권한 뒤 각종 인권침해를 저지르며 군사독재를 했지만, 자유주의 시장경제 정책을 정착시켜 칠레 발전의 기틀을 놓은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논란과 비슷하다. 칠레 가톨릭대 경제학과 후안 코에이만스 교수도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있지만 피노체트는 훌륭한 실력의 개혁자들을 기용했다”며 “지금의 칠레 발전은 콘세르타시온이 심화시키기는 했지만 피노체트 개혁의 덕”이라고 말했다. 아옌데 집권 뒤 미국이 칠레 최대 수출품인 구리의 가격 폭락 등을 유인하면서 물가가 3년 만에 508.1%로 뛰는 등 혼란에 빠졌는데, 피노체트가 칠레를 건져냈다는 것이다. 오늘날 칠레가 남미에서는 최고 선진국이라는 자부심도 피노체트에 대한 후한 평가에 작용하고 있다.

반면 피노체트가 이끄는 군부가 폭격했던 모네다궁 앞에서 사진을 찍던 후안 카를로스(25)는 “피노체트는 인권을 탄압했던 독재자다”라며 “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가족 등이 실종 등 피해를 당했던 부모님과 할아버지 세대에 피노체트는 여전히 민감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모네다궁을 지키던 한 경찰관은 “모네다궁에는 수리를 해서 없지만 인근 건물에는 쿠데타 당시 총탄 자국을 아직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피노체트가 반정부 인사 등을 고문·살해했던 현장인 산티아고 외곽의 ‘비야 그리말디’ 평화공원에는 갖은 고문의 현장이 오롯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만난 카롤리나 미란다(49)는 “지금까지도 실종된 가족의 행방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며 “피노체트가 칠레에 남긴 상처는 잊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칠레 산티아고의 공항에는 피노체트 대신 아옌데의 전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산티아고/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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