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교통사고’ 한해 700건
경적 끄고 신호 지켜 시범 운영
경적 끄고 신호 지켜 시범 운영
사이렌 소리 안 나는 소방차?
<뉴욕 타임스>는 뉴욕시가 퀸스지구에서 4일부터 앞으로 3개월간 경적 없이 비상등을 켜지 않고 교통신호도 지키는 소방차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이날 전했다. 촌음을 다투는 사건·사고나 화재와 같은 긴급상황이 아닐 때는 신호와 규정을 지키도록 한 것이다.
‘그러고도 소방차냐?’라는 소리가 나올 법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뉴욕에서 한 해 소방차가 출동하는 횟수는 100만건에 이른다. 그렇다 보니 지난해의 경우 소방차로 인한 교통사고가 700건에 이르렀다. 이 중엔 소방차간 충돌로 인한 대형사고도 있었다. 한마디로 35t에 이르는 대형 소방차의 질주 자체가 엄청난 흉기로 교통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바토레 카사노 뉴욕시 소방국장은 “사고 신고에 대응하는 것이 사고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소방차에 의한 이런 사고를 분석한 결과, 148건은 수도나 가스 유출, 악취, 경보장치 작동, 스프링클러 오작동 등 시급하지 않은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중 발생했다고 한다.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이러한 사고 신고는 1969년엔 4만1000여건에 불과했으나, 올해의 경우 23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조용한’ 출동 지침은 최근 세인트루이스에도 도입됐는데, 찬성론자들은 위험 대 이익 효과를 분석한 결과, 무조건적인 긴급출동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관협회의 스티븐 캐시디 회장은 이번 시험운용 방안은 결함이 많으며, 자칫 소방서의 문을 닫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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