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광부 구조 진행 과정
갱도 거의 다 뚫어 이르면 10~11일께 구조시작
캡슐에 한명씩 탈수있어 구출에 2~3일 걸릴 듯
캡슐에 한명씩 탈수있어 구출에 2~3일 걸릴 듯
8월5일 터진 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지하에 갇힌 33명의 광부 중 막내인 지미 산체스(19)의 엄마 노르마는 얼마 전부터 ‘에스페란사’(희망)라는 단어를 실감하고 있다. 매몰 17일 만에 이들의 생존이 확인된 이래, 단 한순간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당시만 해도 구조는 연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제 이르면 10~11일께 구조작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는 “아이를 다시 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도 되지만 굉장히 흥분된다”고 말했다.
칠레 정부도 구조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조심스레 인정했다. 라우렌세 골보르네 칠레 광업부 장관은 7일 “9일이면 광부들이 갇혀있는 지하 700m 지점까지 구조 갱도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마지막 연결 지점의 지반이 약해 접근이 매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날 현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7일 현재 드릴이 피난처로부터 91.4m 떨어진 지하 610m 부근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9일 자정이나 새벽께 피난처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굴착이 끝났다고 바로 구조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불사조’라는 이름이 붙은 0.5t 무게의 구조 캡슐이 터널을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캡슐 이동을 돕기 위한 금속관로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보르네 장관은 “이 문제는 비디오 화면을 통해 전문가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독 결과 700m 전 구간에 관로를 깔아야 하면 추가로 일주일, 부분적으로 깔아도 최소 2~3일 정도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하이메 마날리치 칠레 보건장관은 “이번 주말에 드릴이 광부들이 있는 곳까지 도달할 것 같지만 광부들이 즉시 구조된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섣부른 기대 심리에 선을 그었다.
구조가 시작되면, 군의관과 기술자들이 먼저 캡슐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 광부들에게 안전교육을 하고 필요한 구조장비를 전달하게 된다. 광부들은 이동 중에 맥박 등 신체 리듬을 점검받기 위해 나사(NASA) 우주인이 착용하는 벨트를 착용할 예정이다. 캡슐 하나의 이동시간이 30~60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구조 작업에만 꼬박 2~3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이들은 구조 현장 주변에 텐트를 쳐놓고 50일 가까이 철야로 구조작업을 지켜봐 왔다. 지하에 갇힌 한 광부의 누이인 마리아 세고비아는 영국의 케이블방송〈스카이뉴스>에 “아직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가족들의 걱정이 심해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라고 말했다.
마침내 모든 작업이 끝나 광부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지점에는 한 가족당 3명의 접근만 허용된다. 오랜 기간 어둠에 갇혔던 광부들은 태양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안경을 쓸 예정이어서, 60여일의 사투 끝에 새 삶을 찾은 이들의 표정은 아마도 확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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