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에서 구출까지
전세계 시선집중
광산 주변 각국 취재진 1500여명 몰려 생중계
취재경쟁 과열…오바마·차베스등 축하 메시지
광산 주변 각국 취재진 1500여명 몰려 생중계
취재경쟁 과열…오바마·차베스등 축하 메시지
산호세 광산 주변의 ‘희망’ 캠프에는 그의 말처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구출 작업 개시를 앞두고 모여든 취재진은 39개국 1500여명에 이른다. 칠레 정부가 사고와 무질서를 우려해 국영방송 등 일부 언론에만 현장 직접 취재를 허용했지만, 각본 없는 드라마를 카메라에 담고 글로 옮기려는 각국 기자들은 광산이 위치한 오지로 몰려들었다.
<시엔엔>(CNN)과 <비비시>(BBC) 등 방송사들은 물론이고 <뉴욕 타임스>, <가디언>, <월스트리트 저널>, <로이터> 등 신문과 통신사들도 현장 상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며 속보를 쏟아냈다. 들뜬 분위기와 취재 열기는 작은 사고로도 이어졌다. 첫 탈출자인 플로렌시오 아발로스의 아버지를 먼저 인터뷰하려는 기자들이 주먹다짐까지 벌이고, 서로 밀치는 과정에서 그가 쓰던 텐트가 쓰러진 것이다.
각국 언론은 광산 붕괴 사고 경험자와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칠레 광부들이 얼마나 큰 역경을 이겨냈는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2006년 오스트레일리아 금광 붕괴로 14일 동안 매몰됐다 구출된 토드 러셀과 브랜트 웹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우리 모두는 칠레 광부들을 다시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각국 지도자들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구조 작업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자 “우리의 마음과 기도는 용감한 광부들과 그 가족, 구조에 전력을 기울인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우리는 칠레와 함께하고 있으며, 신도 칠레와 함께할 것”이라고 블로그에 썼다.
좀처럼 긍정적인 뉴스가 외신을 탈 일이 없던 칠레로서는 이번 구조가 큰 주목을 받는 데 고무된 모습이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을 전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말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구조 작업이 시작되면서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렸고, 산호세 광산과 가까운 코피아포의 시장은 학교 수업을 취소해 학생들이 집에서 구조현장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중도좌파 집권 20년을 마감시키고 지난 3월 집권한 피녜라 정부가 이번 사고를 홍보 수단으로 지나치게 이용한다는 반감도 일고 있다. 피녜라 대통령은 “우리는 굴복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고, 그 맹세를 지켰다”고 말한 뒤 구조 현장으로 날아가 땅 위로 나오는 광부들을 일일이 포옹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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