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광부들 2달 사연 공개
“굶주림에 식인 공포 농담도”
“굶주림에 식인 공포 농담도”
칠레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에서 구조된 33명의 광부들이 안정을 되찾아가면서 이들이 견뎌낸 악몽 같았던 69일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4일 33명의 매몰광부의 리더였던 루이스 우르수아(54)와 리차드 비야로엘(23)의 입을 빌어 “칠레 정부가 이들을 단합의 상징으로 추앙하고 있지만, 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며 “광부들이 죽음을 기다리며 절망, 잦은 말다툼, 불평, 식인의 두려움과 싸워야했다”고 보도했다.
비야로엘은 이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생존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17일 동안은 굶어 죽을 때를 기다리던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사고 직후 작업반장인 우르수아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식량을 모두가 똑같이 공유하기로 합의했지만 하루 반 스푼의 참치와 연어로 연명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체중이 12kg나 빠진 비야로엘은 “식인에 대한 얘긴 없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얘긴 없었지만 (17일 만에 구조대와 연락이 닿은 뒤) 농담의 소재가 되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르수아에 대해서는 “그가 동료들에게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강해질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반목도 있었다. <가디언>은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를 인용해 “처음 700m 지하의 소식을 전한 비디오 화면에 나오지 않은 5명은 하도급 업자와 맺은 별도 계약에 따라 작업하던 사람들로 한때 독자적으로 터널을 파서 탈출할 궁리도 했었다”고 전했다. 다른 광부 다리오 세고비아(48)도 구조 직전 이뤄진 가족들과의 화상 대화에서 “광산에서 일어난 일은, 광산에 두고가야 한다”는 묘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리더 우르수아는 그보다는 확신에 찬 사연을 전했다. 그는 의사·간호사·심리학자들로 둘러싸인 병상 인터뷰에서 “지하에서 모든 결정은 투표로 결정됐다. 17명이 다수였다”며 “당신은 민주주의에 대해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반목과 다툼을 이겨내고 끝까지 단합을 유지해 무사 귀환할 수 있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이날 광부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코피아포 시내 병원을 방문해 25일 대통령궁인 ‘라 모네다’에서 정부 대표팀과 축구 시합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들에게 “이기는 팀은 대통령궁에 남고 진 팀은 광산으로 돌아가기로 하자”고 말해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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