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정치 내세워 접전지 지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요즘 본업인 ‘대통령 업무’보다 ‘선거 유세’에 더 바쁘다.
이달 들어 메릴랜드,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4곳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누비며 해당 지역의 민주당 후보 지지에 힘을 쏟았다. 이달 24일까지 델라웨어, 매사추세츠, 오하이오, 캘리포니아, 네바다, 위스콘신 등 대표적인 접전 지역을 훑는 등 13개 주 방문 계획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 후보 지지 호소는 물론 공화당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공화당은 나쁜 당”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한편, “공화당 광고에 해외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뚜렷한 증거를 갖지 못한 발언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16일 보스턴 집회에서는 너무 무리한 탓인지 연설 도중 목이 쉬어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오바마에 비해 대중적 인기가 더 높은 부인 미셸도 나서고 있다. 미셸은 그동안 정치와는 약간 거리를 뒀으나, 상황이 다급해지자 발벗고 나섰다. 미셸은 13일 밀워키와 시카고 방문을 시작으로 콜로라도, 오하이오, 코네티컷, 워싱턴,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의 동서를 횡단하는 사실상의 선거 유세에 돌입했다. 미셸은 밀워키의 러스 파인골드 민주당 상원의원 기금 모금행사에 참석해 “우리가 시작한 일을 완성해야 한다. 대통령은 그를 도울 수 있는 파인골드 의원 같은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부부가 전국을 누비며 총선 지원 유세를 하는 것은 한국에선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가 국회에서 탄핵 결의를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부의 선거 개입을 우려해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은 오히려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회의장 격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도 우리와 달리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 후보 선거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공화당이 집행하는 선거의 상당 부분이 펠로시를 공격하는 것에 맞춰진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 최근 공화당선거위원회는 “일자리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펠로시를 자르라”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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