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고베르토 루엘라스 교사가 근무했던 미라몬테초등학교 들머리에 그를 추모하는 사진이 붙어 있다. <엠에스엔비시>(MSNBC) 누리집 갈무리
학생점수로 교사평가 확산속
낮은 평점 30대 좌절끝 자살
“존경받고 성실했던 선생님”
낮은 평점 30대 좌절끝 자살
“존경받고 성실했던 선생님”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쪽은 마약, 폭력, 범죄가 끊이지 않는 빈민가로 멕시코 등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들이 주로 산다. 아이들은 자라서 갱단의 일원으로 흡수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곳 미라몬테초등학교 5학년 교사였던 리고베르토 루엘라스(39)도 이곳에서 자랐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꿈을 잃지 말라”고 북돋우며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했다. 방과 뒤, 주말에는 성적이 부진한 아이들을 따로 불러 개인지도를 했고, 가정방문을 해 부모들을 만났고, 또 비치발리볼 동아리를 만들어 해변가에서 아이들과 뒹굴기도 했다. 이 학교 교사로 근무한 지난 14년 동안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 8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7년간 학생들의 영어·수학 시험성적을 분석해 로스앤젤레스 교육구 내 3~5학년 교사 6000명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학생들의 성적 향상치에 따라 교사들을 분류했다. 루엘라스는 영어는 ‘평균’, 수학은 ‘평균 이하’ 평가를 받았고, 종합적으로 ‘평균 이하’ 교사로 매김됐다.
평가 결과 뒤, 늘 웃음을 머금었던 루엘라스의 얼굴이 굳었다. 어느 날 그는 결근했고, 9월26일 계곡에서 그의 주검이 발견됐다. 카운티 검시국은 자살로 규정했다. 유서는 없었다. 그러나 동료 교사들과 가족들은 그가 평가를 보고 무척 좌절했다고 전했다. 동료들은 “루엘라스는 존경받는 교사였고 교직은 그의 전부였는데, 그것이 실패라는 통보를 받고 허물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도식은 눈물바다였다. 편지, 꽃다발, 촛불, 흰 풍선들이 그에게 전해졌다. 졸업한 옛 제자들도 참석했다. 추모예배에서 카를라 곤살레스(13)는 단상에서 “선생님은 멕시코에서 막 온 제게 영어를 가르쳐 주시고, 책도 사주셨어요. 언제나 선생님을 기억할 거예요. 그는 제게 선생님이 아니라, 또 한 명의 아빠였어요”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쪽에 교사평가 결과를 웹사이트에서 내릴 것을 요구하며 절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에도 이 신문사 앞에서 수백명이 시위를 벌였다.
루엘라스를 ‘평균 이하’ 교사로 규정한 ‘부가가치’평가제는 학생들의 성적향상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제도다. 워싱턴 교육감이던 미셸 리가 최하점수인 ‘비효율’ 평가를 받은 교사 수백명을 해고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미 교육부의 적극적인 지지 탓에 이 제도는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뉴욕시 교육청도 교사평가 결과 공개를 추진중이고, 미셸 리 후임인 안 덩컨 새 워싱턴 교육감 내정자도 현 제도를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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