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원리 모른 지방주민들 당황해 빠져나가려다 참사
3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캄보디아의 지난 22일 압사사고는 물축제를 끝내고 귀가하던 인파 수만명이 애초 흔들리게 설계돼 있는 현수교의 움직임에 당황해 패닉(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일어났다는 1차 조사 결과가 나왔다. 캄보디아 현지 방송인 <바이온 티브이>는 24일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캄보디아 내각과 프놈펜시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현장 조사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모아본 결과 ‘사고 당시 현수교 위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현수교인 이 다리가 원래 흔들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지방 주민들이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조사위는 사고 당시 다리 위에는 7천~8천명이 있었으며 그 때문에 다리가 350~400t의 하중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우기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3일 동안 본옴툭이라는 물축제를 여는데, 이 기간에 열리는 배 경주를 보기 위해 매년 캄보디아 인구(1480만명)의 8분의 1인 200여만명이 수도로 몰려든다. 사고가 벌어진 코픽 섬에는 사고 당일 무료 콘서트가 열려 평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위원회는 “지방에서 물축제를 보러 온 인파들이 현수교가 흔들리자 다리가 무너지는 줄 알고 현장을 앞다퉈 빠져나가려다 참사가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이피>(AP) 통신은 “사고 이틀째인 24일을 맞아 캄보디아인 수천명이 사망자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 멩 후트(52)는 “그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화내지 말고 평화롭게 쉬기를 빌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