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지난1월 미 대사 만남서 발언
통일때 중국에 ‘북 자원’ 사업보장 검토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추진도 사실로
통일때 중국에 ‘북 자원’ 사업보장 검토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추진도 사실로
다수의 북한 국외근무 고위 관리들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고, 남한 주도의 통일이 될 경우 한국 정부는 자원이 풍부한 북한 지역에서 중국 기업들한테 막대한 사업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 공개를 통해 드러났다.
29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가 공개한 주한 미국대사관의 전문을 보면,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월11일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를 만나 정확한 수를 밝히지 않은 채 “해외에 근무하는 다수의 북한 고위 관리들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당시 대화록을 정리해 국무부에 보고한 이 전문에선 유 장관이 아직 공표하지 않은 사실임을 강조했다고 적혀 있다. 한·미 정보기관들이 정보 획득을 위해 지난해 말께 망명한 북한 관리들을 조사중임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2월17일 천영우 당시 외교부 차관(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스티븐스 대사와의 오찬에서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에 따른 중국의 반발 무마책과 관련해 “엄청난 교역과 중국 기업들의 노동력 수출 기회가 통일 한반도와 공존하는 데 대한 (중국의) 우려를 완화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강력한 동맹국인 중국을 달래기 위해 광물자원이 풍부한 북한에서 중국 기업들에 풍부한 사업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 차관은 또 추이톈카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 복수의 중국 고위 관리들과 만난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들이 한국 주도로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고, 한국이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은 한 한-미 간의 ‘좋은 동맹’을 용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남북은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가졌지만 북한의 ‘선 경제지원’ 요청으로 회담이 무산된 것도 확인됐다. 지난 2월23일 김성환 당시 외교안보수석(현 외교통상부 장관)은 방한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아태차관보에게 “지난해 가을부터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과 접촉했으나, 북한이 정상회담에 앞서 상당량의 경제지원을 제공할 것을 요구해, 이런 전제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8월 당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비군사적 지원만 요청했다는 한국 정부와 설명과 달리 미국 정부는 이미 군 병력 파견을 요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마크 토콜라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가 지난해 8월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장의 방한에 앞서 배경 설명차 보낸 전문을 보면, 미국은 한국이 지방재건팀(PRT) 파견을 할 경우 군 병력을 포함시켜야 하고, 앞으로 5년간 매년 1억달러씩 지원할 것을 주장해왔다고 적혀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국무부에 보낸 전문 1980건을 포함해 위키리크스가 이번에 공개하기로 한 25만1287건의 외교전문들은 <뉴욕 타임스> <가디언> 등에 사전 제공돼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각국 외교가는 이번 폭로를 “무책임한 범죄행위”라 비난하면서도 앞으로 속속 공개될 내용의 파장을 가늠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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