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문서 공개 후폭풍
미, 일부 국가들 비난 거세자 대사 등 바꿀듯
주재국 지도자 비난한 외교관이 우선 대상
미, 일부 국가들 비난 거세자 대사 등 바꿀듯
주재국 지도자 비난한 외교관이 우선 대상
위키리크스의 외교 전문 폭로로 몇몇 국가들은 자국 주재 미국 대사의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지에 파견된 미 외교관들도 따돌림으로 업무수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선 외교 인력의 대대적인 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비스트>는 5일 미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국무부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이 국외에서 활동중인 대사와 영사 상당수를 몇 달 안에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무부의 레슬리 필립스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시인했다.
교체 대상은 각국 대사관에 파견된 외교관·무관·정보기관원들로, 이번 위키리크스 폭로로 임무 수행이 위험해지거나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국무부로 보낸 실명 외교전문에서 주재국 지도자들을 거칠게 비판한 외교관들이 우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해당국가로부터 쫓겨날 처지에 있다. 아프가니스탄 주재 대사를 지낸 잘마이 칼릴자드는 <에이비시>(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칼 아이켄베리 아프간 주재 대사를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이켄베리 대사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부패하고 나약한 지도자’로 묘사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지도자의 ‘이상한 취향’을 들춰낸 진 크레츠 주리비아 대사도 비슷한 처지다.
독일 집권 연정 소속인 자민당 의원들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에 대해 악평한 필립 머피 주독 대사의 해임을 미국 정부에 최근 요구한 바 있다. 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자신의 부패 의혹을 확인 없이 본국에 전한 미국 외교관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로이터> 통신은 5일 익명을 요구한 한 미 고위 외교관이 “당분간 우리는 거의 아무일도 못하게 됐다”며 “과장이 아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