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킹 라이브’ 25년만에 마감
기네스북에 오른 미국 텔레비전 토크쇼의 제왕 래리 킹(77·사진)이 16일 <시엔엔>(CNN)의 ‘래리 킹 라이브’를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놓았다.
킹은 25년간 진행한 프로그램 최종회에서 “이렇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다”며 감상적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시사 토크쇼의 새 장을 열었다는 킹의 퇴장은 외롭지 않았다. 케이티 쿠릭과 바버라 월터스 등 유명 방송 진행자들이 나왔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로 “미국인들은 당신이 던진 질문에 대해 돌아온 대답에 놀라기도 했고, 정보를 얻었으며, 거실 밖 세계에 눈을 떴다”는 찬사를 보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화상으로 연결된 킹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다시 보여줬다. 여덟번 결혼한 킹은 “우리 둘 다 지퍼 클럽 회원”이라며, ‘지퍼 게이트’로 불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언급하는 듯했다. 그러나 곧 둘이 심장수술을 받았다는 말이라고 설명하자, 클린턴 전 대통령은 “말뜻을 분명히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작은 라디오방송에서 청소와 잡일로 시작한 킹의 방송 경력이 금자탑을 쌓은 것은 인터뷰 재능 때문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1985년 ‘래리 킹 라이브’ 시작 전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그가 인터뷰한 인물은 5만여명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이 그와 마주앉았다. ‘래리 킹 라이브’는 한 진행자가 최장시간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지난 6월 기네스북에 올랐다. 억만장자 로스 페로는 “킹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말하지 않으면 말을 끊는 진행자들과는 달랐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단순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때로는 의표를 찌르고, 웃음을 자아내는 것도 킹의 재주였다. 그는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 피델 카스트로와 영화배우 잭 니콜슨을 인터뷰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시엔엔>의 시청률 하락 여파로 밀려나지만, 경쟁사인 <엠에스엔비시>(MSNBC)가 “당신이 케이블 뉴스의 발전에 기여한 모든 것에 감사한다”라는 내용의 신문 전면광고를 낼 정도여서 킹의 명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엔엔>은 1년간 킹을 특별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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