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직접 하나님을 뵙고 싶다”
“내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안다. 이제 직접 하나님을 뵙기를 바란다.”
세계적 복음전도사인 빌리 그레이엄(86) 목사가 26일(현지시각) 생애 마지막 부흥회를 마쳤다. 24~26일 사흘간 뉴욕서 열린 부흥회엔 무더위 속에도 23만여 명이 참석해, 미국민의 사상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노 전도사의 마지막 연설을 지켜봤다.
그는 “나는 마지막이란 말을 하지 않겠다”며 “나는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프랭클린 목사는, 이번이 마지막 부흥회 연설이며 오는 11월로 예정된 영국 런던의 부흥회 참석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엄 목사는 전립선암과 뇌수종, 파킨스씨 병과 싸우고 있다.
지난 25일 행사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참석해 “언제나 신념에 입각한 삶을 산 유일한 인물”이라고 그레이엄 목사를 칭송했다. 빌 클린턴은 재임 중 그레이엄보다는 재시 잭슨 목사를 더 좋아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지난 60여 년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 전파의 일선에 섰던 그레이엄은 1999년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20세기 100대 인물’에 뽑히기도 했다. <타임>은 그를 ‘미국 개신교계의 교황’이라고 비유했다. 전 세계적으로 그의 설교를 직접 들은 사람만 2억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과 매우 가까워 정치적 영향력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991년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성경을 든 그레이엄 목사를 옆에 세워놓고 이라크와의 전쟁을 발표했다. 그는 특히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는데, 언론계에서 진보적인 유대계 인사들을 축출하려는 닉슨의 계획에 동조했던 사실이 드러나 나중에 유대인들에게 공식 사과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잘못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금욕생활과 교계를 통합하고 이끄는 뛰어난 능력으로 그에 대한 미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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