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원조액 절반뿐
대통령궁 여전히 폐허
주민들 “꿈을 위해 기도”
대통령궁 여전히 폐허
주민들 “꿈을 위해 기도”
아이티 ‘지진 참사’ 1년
깡마르고 수줍음 많은 10대 소녀 다프네 조제프(15)에게 대지진 ‘구두구두’(아이티인들이 지진의 굉음을 흉내내 부르는 말)가 덮쳤던 꼭 1년 전 1월12일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날 그는 무너진 건물 더미 속에서 발견된 어머니의 주검이 외바퀴 손수레에 실려나오는 것을 멍한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하루아침에 ‘지진 고아’가 된 조제프는 지저분한 고아원으로 옮겨졌다가 자신을 ‘친척’(사실은 조제프의 의부의 여자친구)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손에 이끌려 그가 사는 난민촌 텐트로 보내졌다. 그는 조제프를 마구 부려먹으며 말을 듣지 않으면 거친 가죽채찍으로 때렸다.
지난해 1월12일 중남미 카리브해의 최빈국 아이티를 덮친 진도 7.0의 대지진으로 무려 23만여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참사 직후, 수습 대책은 발빠르게 이어지는 듯 보였다. 지난해 3월 아이티 재건을 위한 ‘원조국 회의’가 열려 미국 등은 아이티에 53억달러를 원조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아이티 주민 100만명은 여전히 텐트로 가득 찬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 불행은 늘 겹쳐서 오는지, 지진으로 찢긴 이 나라에 콜레라가 번져 지난해 말까지 14만9천여명이 감염돼 36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가의 상징인 대통령궁은 여전히 폐허로 남겨져 있고, 구호 작업의 중추인 보건부도 컨테이너 박스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7일 “머뭇거리는 무능한 정부와 구호단체와 지원국들의 협조 부족으로 아이티 재건 노력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조국 회의에서 아이티에 지난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21억달러 가운데 집행액은 12억8천만달러에 그쳤다. 국민들의 힘을 한데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할 르네 프레발 정부는 정치적 리더십을 잃은 지 오래다. 지난 11월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이 치러졌지만 부정투표 의혹에 휩싸여 있다. 애초 아이티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결선투표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내정이 불안해 “투표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것은 평범한 민초들이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아이티 지진 1주년 특집기사에서 “많은 아이티인들이 절망 속에서도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무용수였던 파비엔 장은 지진으로 다리 한쪽을 잃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의류점이나 무용학교를 차릴까 구상중이다. 경영하던 의류공장이 무너진 알랭 빌라르(42)도 “상처입은 경제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의부의 여자친구 텐트집에서 학대를 받던 조제프는 미국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안전한 보호소로 보내졌다. 조세프는 여전히 지진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최근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공부를 시작했다. “엄마가 말하곤 했어요. ‘너에겐 큰 꿈이 있단다. 넌 좋은 아이가 되어야 해. 네 꿈을 위해 신께 기도하렴. 내가 항상 네 옆에 있어줄게’.” <뉴욕 타임스>는 “엄마는 비록 그의 곁을 떠났지만, 무서운 구두구두도 열다섯 소녀의 꿈을 꺾진 못했다”고 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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