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학
한인 식품주류협회장 맡아 상인 규합
“지역 사회 황폐화 반대 목소리 커져”
“지역 사회 황폐화 반대 목소리 커져”
월마트 워싱턴 입점 반대 나선 차명학씨
“처음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하는 암담한 심정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그래도 ‘작은 희망’이 보입니다.”
워싱턴에서 월마트의 진입을 반대하는 핵심인사는 워싱턴 한인 식품주류협회장을 맡고 있는 차명학(53·사진)씨다. 지난 1971년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온 이민 1.5세인 그는, 1989년 무렵부터 식품점 사업을 시작해 워싱턴에 4곳의 ‘예스 오개닉 마켓’이라는 유기농 식품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식품과 돈을 주기적으로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와 공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월마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그때부터 시의원과 시정부를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주민회의에 나가 논쟁을 벌이고, 인근 소상인들을 만나 뜻을 규합하고, 최근에는 변호사와 소송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지역의 ‘월마트 사례’ 보고서를 찾아 읽는 등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차 회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데다, 소상인들도 심각성을 잘 몰라 힘들었다”며 “최근 반대 여론이 빠르게 번져 최소한 (월마트가 워싱턴에 추진하려는) 4곳 중 1곳은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상인들이 목표로 하는 곳은 워싱턴에서 가장 번화한 뉴욕 애비뉴에 들어서려는 매장이다. 월마트는 최근 시의회에 이 매장의 건축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시의회는 소음·교통·환경·경제 등의 영향평가를 벌여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차 대표는 승인이 떨어지면, 소상인들과 함께 영향평가에 대한 집단소송을 벌일 방침이다. 그는 “지금도 출퇴근 시간에는 차가 꽉 막히는 곳이라 제대로 하면 영향평가 통과가 힘들다고 보지만, 로비가 워낙 대단하다”며 “고소를 해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몇 년간 더 시간을 끌 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마트 반대 이유를 조목조목 들었다. 일자리 창출론에 대해선 “월마트가 1명 채용할 때, 인근 소매점에서 1.5~2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반박했다. 세수확장 주장에는 “월마트의 임금이 워낙 적어 직원들의 정부 사회복지기금 신청만 따로 맡는 직원을 뒀을 정도”라며 “세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복지비용을 타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월마트는 연간 1000만달러의 세금을 시정부에 줄 수 있다며, 매장도 세우기 전에 시정부에 ‘주차장 지어달라’, ‘세금혜택 달라’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월마트가 들어오면 가장 작은 소규모 매장부터 하나씩 문을 닫게 된다. 가격이 싸다 하지만, 지역사회 황폐화의 대가”라며 ‘월마트 절대불가론’을 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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