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빈민 급감…백인 재유입
흑인이 많아 ‘초콜릿 도시’로 불리는 미국 수도 워싱턴이 별칭을 버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발표된 미국 인구조사 결과에서 지난해 워싱턴 거주 흑인 수가 30만1000명으로 전체(60만1700명)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흑인 인구 감소 추세로 미뤄볼 때 현재 시점에서는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워싱턴의 흑인 비율이 50%를 밑돌 것이라고 봤다.
워싱턴의 ‘흑인 도시화’는 2차대전 뒤 부유한 백인층이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아 대거 메릴랜드주 포토맥 등지로 이사하면서 진행됐다. 워싱턴 시내는 가난한 흑인 인구로 채워지면서 슬럼화도 진행됐다. 1970년에는 흑인 비율이 70%까지 올라갔다.
이런 흐름을 역전시킨 것은 지난 15년간 진행된 재개발 사업이다. 주거환경이 좋아지자 부유한 백인들이 다시 흘러들었다. 반면 중산층 이하 흑인들은 집값과 재산세 상승으로 살기가 어려워져, 같은 기간에 흑인 인구가 11%나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워싱턴의 양극화나 흑인 문화 쇠락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흑인으로 워싱턴 시장을 네차례 지낸 매리언 베리는 “오래 산 주민들을 쫓아내서는 안된다”며 재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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