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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3 20:01 수정 : 2005.07.03 20:01

‘24년 균형추’ 사라져 진보-보수 격돌

부시 “곤살레스 지명” 에 보수진영 반발
NGO등 “시민기본권 지킬 합리적 인사를”

미국의 첫 여성 연방대법관이었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75)의 갑작스런 사퇴에 놀란 건 잠깐이었다. 미국 사회는 곧 그의 후임을 놓고 뜨거운 논쟁에 빠져들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보수와 진보, 보수진영 내부가 서로 후임자의 조건을 내걸면서 텔레비전광고와 서명전을 시작하는 등 대격돌이 일고 있다.

오코너 대법관은 지난 1일 전격 은퇴를 발표했다. 연방대법원 관계자는 “그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오코너의 중요성=1981년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관에 지명된 오코너는 지난 24년간 대법원에서 보수·진보간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그가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5대 4로 판결이 갈린 게 146회나 됐다.

오코너는 2000년 조지 부시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간 대선 분쟁 때는 공화당 손을 들어줬지만, 낙태와 소수인종 우대정책 등 사회적 현안에선 진보 진영의 편에 곧잘 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그의 후임에 강경보수 인사를 지명해 인준을 받으면, 대법원 성향은 분명하게 보수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장 1973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역사적인 ‘로 앤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질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곤살레스도 안된다=‘미국의 길을 추구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이란 단체는 2일 텔레비전광고에서 오코너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오코너와 같은 사람을 후임자로 지명하라”고 부시 대통령을 압박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미국을 더 분열시키지 않으려면 합리적인 후임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첫 싸움은 오히려 보수진영 내부에서 일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알베르토 곤살레스 법무장관을 오코너 후임에 지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보수단체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히스패닉계인 곤살레스는 부시의 최측근 인사 중 한 사람이지만, 낙태와 소수인종 문제 등에서 확실하게 믿을 수 없다는 게 보수단체들의 시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보수단체들이 미는 후보는 각기 다르지만, 곤살레스에 반대한다는 점에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서방 선진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리는 스코틀랜드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이달 중순께 “신중하게 후임자를 고르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미 연방대법관은…

미국의 연방대법관은 은퇴하지 않는 이상 종신직이다. 그래서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어느 대통령이 대법관을 지명했느냐가 대법관 정치성향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현재 9명의 연방대법관 성향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분류된다. 보수진영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이가 오코너다. 6월 중 은퇴가 점쳐지던 고령의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오코너 때문에 은퇴시기를 좀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임기 중엔 은퇴할 게 확실하다. 그래야 후임자를 보수 인사로 채울 수 있다.

1945년 이후 공화당 대통령 시절 지명된 대법관은 15명으로, 민주당 대통령들이 지명한 10명에 비해 훨씬 많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대체로 정치적 균형을 이루는 것은 공화당 쪽에서 밀어준 2명이 나중에 진보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지명한 존 폴 스티븐스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데이비드 수터가 그들이다.

스티븐스는 처음엔 중도였으나 렌퀴스트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원이 너무 우경화하자 진보 쪽으로 가버렸다. 수터는 중도보수인 줄 알고 지명을 했는데, 대법원에 들어가자 강한 진보 색깔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수터의 전철을 밟지 말자”는 게 공화당과 보수단체들의 요즘 구호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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