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견제위한 새 아시아 전략”
중 언론 “라이스 지명자의 포석”
집권 2기를 맞은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인도에 패트리어트 미사일방어체계 등 첨단 무기를 대량으로 판매하기로 했다고 중국 관영 주간 <세계보> 최근호(17일 발매)가 밝혔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전통적으로 소련·러시아와 가까웠던 인도에 접근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고 인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콘돌리자 라이스 신임 국무장관의 새로운 아시아전략의 첫 포석이라고 보도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미 인도대사는 최근 갑자기 뉴델리로 돌아와 미국이 패트리어트 미사일방어체계, F-16 전투기, PC-3 대잠수함 초계기, C-130 중거리 수송기, 페리급 호위함, 블랙호크 전투헬기 등 대량의 첨단무기를 인도에 판매할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인도정부에 전했다. 이는 인도 건국 이래 미국이 제공하는 최대 규모이자 최첨단의 무기다.
인도는 1947년 독립 이래 소련으로부터 대부분의 무기와 군장비를 수입해 왔으며, 소련 해체 뒤 지난 10여년 동안에는 러시아로부터 70%가 넘는 육·해·공군의 무기와 장비를 수입해 왔다. 지난해 11월 말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인도를 방문해 두 나라 군사관계 강화를 약속했으며, 지난달 3일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군사협력을 포함한 두 나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자고 약속했다. 러시아의 대인도 외교에 경쟁이라도 하듯 지난 9일엔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인도를 방문해 프라납 무케르지 인도 국방장관과 회담했다. 무케르지 장관은 표면적으로는 최근 미국이 파키스탄에 PC-3 대잠수함 초계기 8대 등 총 12억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데 대해 항의했으나, 회담이 끝난 뒤 “아주 유익한 만남이었다”고 말해 미국이 파키스탄에 약속한 수준 이상의 무기 판매 약속을 얻어냈음을 시사했다.
보도는 미국이 인도에 첨단무기 수출을 허락함으로써 일석삼조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인도와 군사적으로 접근해 남아시아에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함으로써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러시아 무기의 전통적 고객인 인도에 파고 들어감으로써 인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며 △무기 판매로 거액의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는 신임 라이스 국무장관이 “외교정책에서 그의 전임자인 콜린 파월보다 더 강경한 정책을 쓸 것”이라며 인도에 대한 무기수출 정책을 바꾼 것은 라이스가 ‘중국의 억제’와 ‘남아시아에서 미국 영향력 확대’를 뼈대로 한 새로운 아시아 안보전략의 틀을 짜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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