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예산 삭감·부유층 감세 폐지…보수·진보 모두 비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치달은 정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위험한 게임’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조지워싱턴대에서 장기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 관한 연설을 통해 12년 안에 재정적자를 4조달러(4350조원)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012 회계연도 예산안 제출 때 10년간 1조달러를 줄이겠다고 밝힌 것보다 4배나 늘어난 수치다.
오바마 재정적자 감축안의 핵심은 공공의료 및 국방예산을 삭감하는 한편,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없애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8% 수준인 재정적자 비율을 2.5% 규모로 억제하고, 2020년께 2%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부채는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재정적자가 급증하고 2008년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실시되면서 오바마 행정부 들어 4조달러 더 늘어나 지난해 말 모두 14조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날 발표안은 진보·보수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기 어렵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공화당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이 메디케어(노령자 대상 의료서비스 지원 프로그램)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에서 2022년까지 1조1240억달러를 줄이기로 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차별성’을 부각시켰지만 그 또한 진보진영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번 안에 2023년까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서 3000억달러를 줄이는 등 4800억달러 복지예산 삭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수 증대 방안으로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폐지 및 세액감면 축소 등 이른바 ‘부자 증세’ 방안을 꺼내든 데 대해선 공화당 등 보수층의 강한 저항이 시작됐다. 정치평론가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표를 ‘정치적 위험을 동반한 계획’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장기 재정적자 해결 청사진을 발표한 데에는 당장 정부부채 상한선(14조3000억달러) 개정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고, 공화당이 ‘10년 동안 4조달러’ 재정적자 감축안을 내놓음으로써 수세적 쟁점이 되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를 공세적으로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밀리면 내년 재선 도전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정치적 셈법 외에도 미국의 재정적자 해결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라는 절박함이 오바마로 하여금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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