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틴·아이싱거 기자
‘월가 헤지펀드’ 파헤쳐
‘월가 헤지펀드’ 파헤쳐
2007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비영리 탐사전문 온라인 언론사 <프로퍼블리카>가 설립됐다. 16년간 <월스트리트 저널>의 편집국장을 맡아왔던 폴 스타이거(69)는 그즈음 회사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에게 넘어가자 이 매체 창간 주역의 한 명으로 새 출발에 나섰다.
<프로퍼블리카>는 비용부담 등으로 대부분의 언론사가 꺼리는 탐사보도에 집중해 기사가 중편소설 분량에 가까울 만큼 길고, 몇 년에 걸친 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를 쓴다. 게다가 이런 기사를 자사 웹사이트에 올림과 동시에 원하는 언론사에 무료로 제공해 보도하도록 한다. 또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광고도 받지 않는다. 말 그대로 ‘비영리’인 것이다. 이는 금융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허버트 샌들러가 이 회사에 매년 1000만달러씩 기부하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성역 없는 보도’를 실현해온 <프로퍼블리카>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뉴올리언스의 한 병원에서 당시 의료진이 소생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을 안락사시킨 사실을 2년 반의 취재를 통해 밝혀낸 보도로 지난해 온라인 매체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그리고 제이크 번스틴과 제시 아이싱거 기자는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거품을 어떻게 조장했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고, 또 금융위기가 얼마나 심화됐는지를 일리노이주의 한 헤지펀드 회사인 ‘매그니타’사의 사례를 심층취재해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18일(현지시각) 뉴욕의 컬럼비아대 퓰리처상 위원회는 ‘월스트리트 머니 머신’이라는 이 기사를 올해 국내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수상작이 다른 인쇄매체에 실렸던 것과 달리 이번 기사는 온라인으로만 게재된 첫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프로퍼블리카>의 사장 겸 편집인인 스타이거는 이날 “프로퍼블리카는 저널리즘이라는 도구를 통해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권력남용, 공공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 등에 대해 ‘도덕적 힘’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고 말했다. 이 매체의 심층취재가 성공할 수 있는 또다른 요인 중 하나는 소속 기자 대부분이 기존 언론사를 거친 베테랑들이거나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로 95돌을 맞은 퓰리처상은 13개의 언론부문과 7개의 예술부문으로 나눠 수상작을 선정하며 언론계의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발표에선 <워싱턴 포스트>의 사진기자 캐럴 구지가 처음으로 이 상을 4번째 받은 기자가 되기도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