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라울에 제1서기 공식 이양…경제개혁 정책 승인
쿠바 공산당대회 폐막
19일 폐막된 쿠바 공산당대회 결과 피델 카스트로(84)가 46년간 차지했던 쿠바 공산당 제1서기 자리가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80)에게 공식 승계됐다. 또 이 대회에서 라울 카스트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경제개혁 조처들이 승인됨에 따라 쿠바는 좀더 실용적인 사회주의 노선으로 선회하게 됐다. 이날 사임한 피델 카스트로는 폐막식에 갑작스럽게 직접 모습을 드러내 1000여명의 대의원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이날 발표된 당대회 투표 결과 라울이 제1서기에 선출됐다고 전했다. 강력한 실권을 가지게 되는 동시에 쿠바의 차기 지도자로 낙점되는 것을 의미하는 제2서기 자리는 국가평의회 부의장(부통령)인 호세 라몬 마차도 벤투라(80)에게 돌아갔다. 최고위층에선 큰 변화가 없었지만 국가평의회 위원이 19명에서 15명으로 줄어들고, 3명이 새롭게 선출되는 등 일부 ‘젊은피’의 수혈도 있었다. 라울은 공산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주요 공직자의 임기를 5년씩 2회로 제한하는 ‘조직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며 세대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공산당대회에서는 300여개의 경제개혁안이 통과됐는데, 대부분은 사유재산을 허용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뼈대는 식량배급제 폐지와 주택매매 허가, 외자유치 활성화 등이다. 피델 카스트로는 이날 관영신문 <그란마>에 실은 기고를 통해 “공직자의 임기를 제한하는 아이디어가 매우 마음에 든다”며 “새 시대는 고쳐야 하고 바꿔야 할 것들을 주저 없이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라울의 정책을 지지했다.
폐막식에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갑작스럽게 등장한 피델 카스트로는 건강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의원들은 열화와 같은 기립박수로 46년간 차지한 권좌에서 내려가는 그를 환송했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건강을 이유로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 자리를 라울에게 넘겼으나 당 제1서기 자리는 지금까지 유지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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