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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연준은 왜 98년만에 기자회견을 했을까

등록 2011-04-28 20:24수정 2011-04-28 21:56

버냉키 의장, 연준 수장으로 첫 정례회견
"물가 억제가 우리 임무"…주식시장 상승
19년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며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서류가방 지표’가 있다. 연준 공개시장위원회에 출석하는 그린스펀의 서류가방이 얇으면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판단을 뜻하고, 불룩하면 금리 인상 징후라는 얘기였다. 그는 퇴임 뒤 자서전에서 단지 도시락이 들었느냐 아니냐가 가방의 부피를 결정했을 뿐, 서류 가방 지수는 엉터리 관측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금융시장과 언론이 연준과 그린스펀의 모호한 태도와 화법에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일화다.

그랬던 연준의 신비주의적 전통을 깨는 ‘사건’이 27일 발생했다. 1913년 설립 이래 정례 기자회견을 연 적이 없던 연준 의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정책과 입장을 미국인들에게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하겠다는 벤 버냉키 의장이 불문율을 깨트린 것이다. 연준이 금융위기의 방조범이라는 식의 비난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회견에서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폈지만, 버냉키 의장은 하나를 살리려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경제 원리들을 설명하며 이해를 부탁했다. 그는 8.8%에 이르는 실업률을 낮추는 데 연준이 소극적이라는 시각에 대해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회복을 돕는 게 아주 중요하나, 모든 중앙은행들은 물가상승률을 낮게 유지하는 게 경제의 성공에 절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미국인들이 조급해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며, 경기 회복은 더딘데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높다는 비난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이 석유를 만들 수는 없다”, “신흥국들 경제성장률을 결정할 수도 없다”며 ‘연준 만능론’을 경계했다.

상당수 미국 언론은 연준 의장의 98년 만의 기자회견이 ‘소문난 잔치’에 머문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으로서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고 데뷔 무대를 무사히 치렀다. 제이피모건의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그는 공개시장위원회 결정 밖의 부분에 대해서는 추측을 내놓지 않는 능숙함을 보여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한편 연준은 기자회견 전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고, 지난해 11월에 시작한 6000억달러(약 643조원) 규모의 ‘양적 완화’는 예정대로 6월까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3.4~3.9%에서 3.1~3.3%로 낮췄다. 이는 출구전략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세, 달러는 하락세를 보였다. 글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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