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소련 반체제 투옥경력 유태인
‘자유-공포사회’ 세계양분 해석
부시 저서탐독…라이스도 인용 옛 소련 반체제 유대인 출신인 나탄 샤란스키(56) 이스라엘 이주담당장관의 강경우파 정치이론이 공식 출범을 앞둔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 2기 외교정책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샤란스키 등이 쓴 〈민주주의의 사례: 폭정과 공포를 극복하는 자유의 힘〉을 탐독한 부시 대통령이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11일 애초 예정된 시간을 넘겨 1시간 이상 샤란스키를 면담한 데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도 18일 상원 청문회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전세계적인 확산을 미국 외교의 3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샤란스키의 ‘폭정과 공포에 대비되는 자유·민주주의’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샤란스키(56)는 소련의 반체제 인사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의 영어통역자로 일하는 등 반체제 활동을 했다. 1973년 이스라엘로의 이주 비자를 신청했다가 ‘안보’상의 이유로 거부당한 뒤 1977년 반역과 미국을 위한 스파이 활동 혐의로 기소돼 13년형을 선고받고 16개월 동안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교도소의 독방생활을 거쳐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 수용됐다. 수용소 생활 9년 만인 1986년 2월 동서독 국경에서 스파이 상호교환 프로그램으로 풀려나 이스라엘로 이주한 뒤 정계에 투신해 바아알리야당 당수로서 거국내각에 참여해 9년째 각료직을 맡고 있다. 그는 비민주적인 팔레스타인과 협상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강경우파 정치인이다. 샤란스키의 민주주의론은 세계를 자유사회와 공포사회로 양분하며, 그 기준도 간단명료하다. 라이스가 예로 든 것처럼, “누구든 체포, 투옥, 물리적 위해의 공포 없이 마을 광장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수 없다면 그 사회는 ‘공포사회’”라는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자유와 민주주의가 인류의 미래이며 그 확산만이 안보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자유사회 간에는 전쟁이 없고, 공포사회 간에 또는 공포사회와 자유사회 간에 전쟁이 있을 뿐이며, “중동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심어준다면 중동은 평화로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샤란스키의 이런 이론은 이라크를 침공한 “전쟁이란 중동에 자유를 가져다 주는 숭고한 투쟁”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무렵부터 자신의 대외정책 기본이론을 “민주주의와 자유가 안전과 번영을 가져오므로, 미국과 세계를 위해 민주주의와 자유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샤란스키가 부시 2기 행정부의 교과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자유-공포사회’ 세계양분 해석
부시 저서탐독…라이스도 인용 옛 소련 반체제 유대인 출신인 나탄 샤란스키(56) 이스라엘 이주담당장관의 강경우파 정치이론이 공식 출범을 앞둔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 2기 외교정책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샤란스키 등이 쓴 〈민주주의의 사례: 폭정과 공포를 극복하는 자유의 힘〉을 탐독한 부시 대통령이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11일 애초 예정된 시간을 넘겨 1시간 이상 샤란스키를 면담한 데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도 18일 상원 청문회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전세계적인 확산을 미국 외교의 3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샤란스키의 ‘폭정과 공포에 대비되는 자유·민주주의’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샤란스키(56)는 소련의 반체제 인사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의 영어통역자로 일하는 등 반체제 활동을 했다. 1973년 이스라엘로의 이주 비자를 신청했다가 ‘안보’상의 이유로 거부당한 뒤 1977년 반역과 미국을 위한 스파이 활동 혐의로 기소돼 13년형을 선고받고 16개월 동안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교도소의 독방생활을 거쳐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 수용됐다. 수용소 생활 9년 만인 1986년 2월 동서독 국경에서 스파이 상호교환 프로그램으로 풀려나 이스라엘로 이주한 뒤 정계에 투신해 바아알리야당 당수로서 거국내각에 참여해 9년째 각료직을 맡고 있다. 그는 비민주적인 팔레스타인과 협상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강경우파 정치인이다. 샤란스키의 민주주의론은 세계를 자유사회와 공포사회로 양분하며, 그 기준도 간단명료하다. 라이스가 예로 든 것처럼, “누구든 체포, 투옥, 물리적 위해의 공포 없이 마을 광장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수 없다면 그 사회는 ‘공포사회’”라는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자유와 민주주의가 인류의 미래이며 그 확산만이 안보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자유사회 간에는 전쟁이 없고, 공포사회 간에 또는 공포사회와 자유사회 간에 전쟁이 있을 뿐이며, “중동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심어준다면 중동은 평화로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샤란스키의 이런 이론은 이라크를 침공한 “전쟁이란 중동에 자유를 가져다 주는 숭고한 투쟁”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무렵부터 자신의 대외정책 기본이론을 “민주주의와 자유가 안전과 번영을 가져오므로, 미국과 세계를 위해 민주주의와 자유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샤란스키가 부시 2기 행정부의 교과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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