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살’ 정당성 논란…아랍언론 “생포뒤 가족앞서 사살” 보도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피살 당시 애초 백악관의 설명과는 달리 무장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이 그를 생포한 뒤 가족들 앞에서 사살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빈라덴을 생포할 수 있었는데도 사살했다는 논란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빈라덴은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며,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 담당 보좌관이 기자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부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전날 “빈라덴은 은거지에 침투한 사람들(미국 해군 네이비실)과의 총격전에 휘말렸다”고 밝힌 바 있다. 브레넌 보좌관은 당시 “솔직히 빈라덴이 총을 발사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지만, 그의 설명은 미군이 무기를 든 빈라덴을 불가피하게 사살했다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빈라덴이 부인을 “인간방패”로 사용했다는 브레넌 보좌관의 말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아랍 위성 보도채널 <알아라비야>는 4일 파키스탄 정보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빈라덴의 12살짜리 딸이 “아버지가 미군에게 붙잡힌 뒤 마당에 끌려나와 가족들 앞에서 사살됐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빈라덴 딸의 신병은 현재 파키스탄군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르면 빈라덴은 1층에 있었고 작전이 시작되고 몇분 안에 사로잡혔으며, 헬기가 대기하고 있던 마당에서 사살됐다는 것이다.
빈라덴 사살 상황에 대한 설명이 결정적인 대목에서 달라지면서, 미국 언론과 인권단체 등은 백악관이 일부러 정보를 왜곡해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섰다. 나비 필라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유엔은 모든 대테러 활동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사살 상황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미국에 요구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빈라덴의 사망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지는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3일 <피비에스>(PBS)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나 자신 모두 빈라덴이 총격을 받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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