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빈라덴 제거 CIA, ‘군사화’ 어디까지…

등록 2011-05-08 21:31수정 2011-05-08 22:14

첩보활동 넘어 무인비행기 운용등 군사작전 수행
9·11 뒤 인력·예산↑…고문·민간인 피해 우려 커져
1990년대 초 냉전 종식으로 대거 인력이 감원되고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잘못된 정보 수집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시련’을 겪었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 성공으로 오랜만에 봄볕을 받고 있다.

중앙정보국의 이번 성공은 1차적으로 조직과 활동의 ‘군사화’에 힘입었고, 이 기관이 이렇게 군사화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최근 미 언론들이 지적하고 있다. 상대의 정보와 비밀을 은밀히 취득하는 전통적인 활동 영역을 벗어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현장 군사작전을 직접 수행한 결과라는 것이다. 현역 군인들인 네이비실을 동원해 직접 지휘한 이번 작전에서 보듯, 중앙정보국은 사실상 아프간 전쟁 수행의 주역이 되어왔다.

현재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의 대테러 작전의 핵심인 무인비행기 프레더터의 운용은 중앙정보국이 맡고 있다. 본부인 버지니아 랭글리에 있는 요원들이 비디오를 보면서 직접 프레더터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뒤 빈라덴 추적 임무를 맡은 요원들이 동네의 캠핑 가게에서 장비를 구입해, 말을 타거나 소련제 헬기를 타고 아프간으로 급박히 달려간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7일(현지시각) 지적했다.

천문학적으로 투입된 돈의 힘이 물론 실렸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2010년 회계연도에 중앙정보국 등의 비군사부문 정보활동에 531억달러, 국방부 등의 군사부문 정보활동에 270억달러 등 모두 801억달러를 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9·11 테러 이전에 비해 거의 3배에 육박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본부 로비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본부 로비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정보관련 예산 확대는 2001년 이후 미국의 대테러 산업의 성장과 맞물린다. 지난해 7월 <워싱턴 포스트>는 9·11 이후 팽창한 정보기관과 정보산업의 실태를 파헤친 ‘1급비밀 미국’이라는 기사에서 약 1271개의 정부기관과 1931개의 사설회사가 미국 내 1만여곳에서 대테러 업무 및 정보분야에 종사한다고 밝혔다. 1급비밀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 수가 수도 워싱턴의 인구보다 1.5배나 되는 85만4000명이나 된다. 관련 사설 용역업체의 직원이 1급비밀 접근 허가자 중 31%에 달하는 26만4000명이 되는 등 미 정보분야가 몸집만 방만해졌다며 “통제불능의 괴물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하기도 했다.

10년 대테러전 역사에서 중앙정보국이 늘 각광을 받은 것은 아니다.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관할하는 국가정보국을 신설하며 중앙정보국을 산하의 일개 정보기관으로 전락시켰다.

또 부시 행정부는 대테러 작전의 주전장을 이라크로 삼으며, 빈라덴 추적을 사실상 중단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는 중앙정보국의 빈라덴 추적팀인 ‘앨릭 기지’를 폐기하고,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에서 활동하던 특수공작팀과 프레더터들을 이라크로 옮겼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선 아프간으로 대테러 작전의 중점을 다시 옮기고, 중앙정보국의 위상을 재복원했다. 빈라덴 사살의 단서가 된 빈라덴의 연락책을 이미 2004년에 파악했던 중앙정보국은 2009년 초 본격적으로 빈라덴의 은신처가 있던 아보타바드의 파키스탄 북부 지역에 초점을 맞춰온 것으로 밝혀졌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사령관이 신임 국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중앙정보국의 ‘군사화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물고문과 무인비행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등 폐해도 가중될 것은 확실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