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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하반신마비 야구스타 마침내 걷다

등록 2011-05-20 21:09

4년전 자동차사고로 휠체어 환자 된 롭 서머스
전기자극기 16개 척추 아래 이식 후 보행 성공
‘척추 자율신경이다리 움직임 관장’치료팀 가설 적중

미국 대학야구 챔피언이었던 롭 서머스는 21살이던 4년 전 과속하는 자동차에 부딪쳐 가슴 아래가 마비됐다. 의사는 그에게 여생을 휠체어에 앉은 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혼자 일어서고, 다리를 움직이고, 옆사람이 조금만 도와주면 걸을 수 있게 됐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20일 의학계가 척추마비 환자의 재활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고 흥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학전문지인 <랜싯 메디칼 저널>에 발표된 이 치료 방법은 그의 척추 아래쪽에 이식된 전기자극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서머스는 척추 아래쪽에 16개의 전극을 이식했고, 이 전극은 다리와 무릎, 발목, 엉덩이 등을 움직이는 신경다발에 연결돼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미국 켄터키주 루이스빌대학의 수전 하크마 교수 등은 하반신의 움직임이 뇌보다는 무게 중심을 잡고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척추의 자율신경을 따른다는 가설에 집중했고, 전극으로 신경을 자극하면서 계속 재활훈련을 시켰다. 서머스는 이식수술 이후 2년 동안 보조기에 매달려 러닝머신을 걸었고 그의 척추 아래 신경과 다리 근육은 조금씩 살아나면서 ‘걷는 법’을 다시 배웠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서머스처럼 신경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는 사고 이후에도 다리 부분에 약간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상태였고, 워낙 건강하고 발달된 몸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희망은 ‘0’이 아니다. 스위스 취리히대의 그레고리 코타인 교수는 <랜싯 메디칼 저널>에 “척추마비 환자의 재활을 위한 새시대에 들어섰다”고 이 연구를 극찬했다.

서머스는 ‘크리스토퍼 앤 다나 리브 재단’의 지원으로 이식수술과 재활훈련을 받았다. 이 재단은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이었던 크리스토퍼 리브 부부가 세운 것으로, 척추마비 환자의 재활연구를 지원하는 곳이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1995년 낙마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을 펼치다가 2004년 숨졌다. 서머스는 사고를 당하기 6주 전에 대학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오리건주 대표선수였다. 그는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발을 들고 걸음을 내딛는 감각이 이렇게 멋진 것이라고는 예전에 알지 못했다”며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좌절에 빠진 모든 하반신 마비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감격했다. 그는 이제 다시 야구를 하게 되는 날을 꿈꾼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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