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마다 관례적 방문…막강 유대인 조직
2008년 대선후보 때와는 다른 어색한 분위기
2008년 대선후보 때와는 다른 어색한 분위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정치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를 다시 찾았다. 2008년 후보 시절,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다짐하며 박수를 받던 때와는 전혀 다른 ‘어색한’ 분위기였다. 최고의 이스라엘 로비단체를 앞에 두고 ‘1967년 이전 경계’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자신의 중동평화 구상을 설득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날 이스라엘의 장기적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철통’같다며 기존의 미국 입장을 재확인한 뒤, 자신의 구상이 “오랫동안 비공식적으로 인정되던 것을 공식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호 동의하는 땅 교환을 통해 1967년 경계가 의미하는 것을 다시 명확히 하자”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67년 6월4일의 경계선과는 다른 경계선을 놓고 협상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즉 1967년 경계를 출발점으로 하되,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건설된 땅 등은 다른 땅을 팔레스타인에게 주는 대신 이스라엘의 영토로 편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오바마는 “우리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또 다른 10년, 또 다른 20년, 또 다른 30년을 기다릴 수 없으며 세계는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안정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설득하면서도, 양보를 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역대 미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이 단체를 찾는 것은 정치적 관례가 돼왔다. 10만여명의 유대인 회원을 둔 이 단체는 막대한 정치자금 기여 등을 통해 정치인들의 당락을 가르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의원들과 보좌관들 사이에서 이 단체는 미국은퇴자협회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은 통상 정치자금의 60%를 유대인 지지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 단체 회원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합주인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일리노이,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주에 집중돼 있다. 1984년 일리노이의 찰스 퍼시 민주당 상원의원이 이 단체의 낙선운동으로 낙마한 것이 유명한 예다.
특히 AIPAC 연구원 2명이 2005년 친이스라엘 간첩혐의로 체포되어 논란을 빚다가, 2009년 총회를 앞두고 미 정부가 이들의 공소를 취하한 것은 이 단체의 힘을 보여준 전형적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총회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 등 미 상·하원 의원의 절반 이상과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등 주요 정치인들이 총출동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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