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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고엽제 드럼통 매립때부터 샜다”

등록 2011-05-24 08:24

전 주한미군 로버트 트래비스(왼쪽)과 리처드 크레이머
전 주한미군 로버트 트래비스(왼쪽)과 리처드 크레이머
매립작업 미군병사 추가 증언
작업뒤 ‘발진’ 평생 계속돼
“그렇게 무서운 것인줄은…”
“그때도 이미 고엽제가 드럼통 바깥으로 새고 있었다. 지금 땅속에 묻혀 있는 드럼통의 상태가 어떠한지 알 수 없다.”

1978년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에 고엽제를 묻었다고 증언한 스티브 하우스(54)와 함께 매립작업을 한 뒤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또다른 퇴역 주한미군인 로버트 트래비스(52·왼쪽 사진)와 리처드 크레이머(53·오른쪽)는 22일(현지시각) <한겨레>와의 개별 전화인터뷰에서 거듭 경고했다. 두 퇴역미군은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기꺼이 한국에 가서 증언하고 조사에 협조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왜 이제야 이를 공개하느냐’는 물음에 “한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여러 차례 보훈처 등 미국 당국과 병원에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 말에 귀기울여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래비스는 “매립작업에는 나를 포함해 중장비·트럭 운전병 등 6명만이 계속 동원됐다”고 밝혔다. 그는 “드럼통 표면에 ‘1967, 베트남’ ‘1968, 베트남’ ‘DMZ, 한국’ 등의 표시와 함께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 내용물이 고엽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트래비스는 “그 표시는 아마 고엽제가 원래 있던 지역과 연도를 표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우린 고엽제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땐 아무도 몰랐다. 명령을 내린 사람도 잘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트래비스는 장갑만 낀 채 아무 보호장비도 없이 드럼통을 만졌다. 그는 “그때도 드럼통 바깥으로 고엽제가 새 나왔다”고 말했다.

고엽제가 통 바깥으로 흐른 게 드럼통의 균열 때문인지, 뚜껑 틈새로 새어나온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트래비스는 단 한번 작업에 동원됐을 뿐이지만 1주일 뒤 온몸에 발진이 일어났고,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그는 “나았다 도지기를 평생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5년 전역 뒤 고향인 웨스트버지니아로 돌아와 지금까지 트럭 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평생 떨어지지 않는 발진이 “고엽제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 보훈처는 인정하지 않았다. 2000년 무렵부터는 등과 목 관절염이 더해졌다. 이는 작업을 같이 한 크레이머와 같은 증상이다. 트래비스는 “관절염이 고엽제 때문인지 증명할 순 없다. 그러나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이런 증상을 지닌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매립작업 이후 발이 붓고 다리 마비 증세가 와 서울로 후송됐던 크레이머는 등과 목 관절염 외에 눈병과 청각장애까지 닥쳐 지금 보청기를 끼고 산다. 크레이머는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나는 다른 20대 젊은이처럼 건강했다. 그런데 이후 내 몸은 급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크레이머는 기중기 기사여서 드럼통을 직접 만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드럼통을 계속 옮기느라 심한 냄새를 견뎌야 했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 전역 뒤 공장에서 중장비 기사로 일하고 있으나 관절염 때문에 점점 쉬운 일로 낮춰가고 있고, “증상이 점점 심해져 얼마나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사진 미 <케이피에이치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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