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냐민 네타냐후
“1967년 이전 경계 안돼”
오바마 새 중동정책 거부
31번 기립박수 지지받아
막대한 로비자금 영향도
오바마 새 중동정책 거부
31번 기립박수 지지받아
막대한 로비자금 영향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 뜨거운 박수갈채 속에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연설의 핵심은 1967년 이전 경계를 평화협상 출발점으로 삼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이었는데, 의원들은 무려 31번의 기립박수로 자국 대통령과 맞선 외국 정상의 입장을 사실상 지지하는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1시간 가까이 영어로 한 연설에서 “1967년 이전 경계는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그는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에 양보할 수 없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파고든 이스라엘 정착촌들을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또 영토 등에 관해 “고통스런 양보”를 할 각오가 돼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양보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파타당과 단일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무장 정파 하마스를 “팔레스타인의 알카에다”로 부르는 등 도발적 언사를 내놨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의사당 분위기는 예의를 차리는 수준을 뛰어넘어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 집회와 다를 바 없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터지는 박수에 연설을 자주 끊어야했다. 의원들은 특히 그가 현재 유럽을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반박하는 연설을 할 때도 빠짐없이 박수를 보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연설을 둘러싼 의회의 태도 등과 관련해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와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총무 등도 1967년 경계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상원의장을 겸하는 조 바이든 부통령도 열심히 박수갈채를 보내 대통령과 뜻이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의견이 다르지 않다”는 말로 이런 관측을 받아넘겼다. 어쨌든 네타냐후 총리가 다른 나라 정상은 한번도 하기 힘든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두번이나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스라엘의 힘을 보여준다는 게 중평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유독 이스라엘에 약한 미국 정치인들 모습 뒤에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통적 관계나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대한 양국의 공감도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1990년 이래 이스라엘 쪽 로비 집단들이 의원 입후보자들에게 전달한 공식 자금이 9700만달러(1067억원)에 달한다며, 의원들을 감동시킨 것은 연설 내용이 아니라 돈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간단체 책임정치센터는 등록된 이스라엘 로비스트 38명이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860만달러를 정치권에 제공했다고 집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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