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보부와 화해…직접 정밀수색 등 합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숨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은거지를 직접 조사하기로 파키스탄과 합의했다. 중앙정보국은 첨단 장비와 기법을 총동원해 유용한 단서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일 빈라덴 사살 이후 중앙정보국과 파키스탄 정보부 사이의 얼어붙은 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들면서 빈라덴 은거지에 대한 중앙정보국의 접근이 허용됐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주 파키스탄을 방문한 마이클 모렐 중앙정보국 부국장이 아메드 슈자 파샤 파키스탄 정보부 부장을 설득한 결과다.
작전 당시 수거한 컴퓨터와 이동식 저장장치 수십개, 서류 수천페이지를 분석 중인 중앙정보국은 정밀 수색을 통해 알카에다 추적에 유용한 단서들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앙정보국이 엑스레이 투시기로 벽과 바닥에 숨긴 자료가 있는지 샅샅이 뒤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직 중앙정보국 요원들은 집 바닥을 긁은 뒤 디엔에이(DNA) 조사로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다녀갔는지를 알아보거나, 꽃가루를 채집해 방문자의 이동 경로를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앙정보국은 불에 탄 자료에서 정보를 복원하는 장비도 갖고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와 함께 빈라덴 사살 작전 때 불시착한 미군 헬기의 꼬리 부분도 미국에 돌려주기로 했다.
중앙정보국 요원들은 파키스탄 정보부가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빈라덴의 부인 3명에 대한 직접 조사도 최근 시작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빈라덴과 측근들이 파키스탄에는 테러를 가하지 않는 대신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는 방안을 지난해까지 검토했었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압수한 문서 분석을 통해 이런 사실이 드러났지만 빈라덴 쪽이 실제로 파키스탄 정부에 제안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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