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물고기, 고급어종 속여
민물고기인 나일 퍼치가 상어로, 빙어는 멸치로….
미국과 유럽의 상점과 식당에서 가짜 생선이 판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과학자들이 최신 유전자 조사 기술로 시중의 생선을 조사한 결과 20~25%는 매장에 적힌 것과는 다른 어종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양식 연어를 자연산으로 속이는 것 정도는 약과다. 고급 생선인 황적퉁돔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싸구려 물고기는 무려 아홉가지나 된다. 해양환경 보호를 추구하는 과학자들 모임인 오세아나는 지난 25일 낸 보고서에서 여러 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시중 물량의 태반이 가짜인 생선도 있고, 심지어 80~90%가 가짜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상인들이 가짜 생선을 내놓는 이유는 당연히 가격 차이 때문이다. 멸종위기종을 판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동기도 있다. 베트남산 메기는 지난해 관세를 피하려고 능성어로 ‘신분’을 위장해 4500t 이상 미국으로 수입됐다. 얼려있거나 양념이 돼있는 생선살은 구분하기가 한결 어려워 사기 판매가 더 횡행한다.
<뉴욕 타임스>는 일부 어종은 경험 많은 상인들조차 지느러미를 발라놓으면 분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세아나는 현재 어류 8000여종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유전자 조사를 할 수 있다며 “바다에서부터 식탁까지 해산물 이력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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