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범죄조직 무기 70%가 미국산’ 밝혀져 논란 증폭
미국 수사기관이 멕시코 마약조직에 무기 수천점이 공급되는 것을 파악하고도 단 한명도 체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수만명이 희생된 멕시코 ‘마약 전쟁’에 쓰인 상당량의 무기가 미국산으로 밝혀진 직후라 논란이 더 거세다.
미제 무기의 멕시코 반입을 조사하는 미국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는 주류·담배·화기단속국이 밀매 과정을 감시한 거래들을 통해 무기 2000~2500점이 멕시코 마약조직들에 흘러들어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주류·담배·화기단속국의 애리조나주 피닉스지국이 2009년부터 감시한 거래들을 통해 마약조직들에 넘어간 무기들에는 권총은 물론 AK-47 같은 소총도 포함돼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12월 애리조나주 국경순찰대의 브라이언 테리가 총격으로 숨진 현장에서 미제 총기 2정이 발견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테리의 목숨을 앗아간 총이 미국 정부기관이 감시한 거래를 통해 범인 손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주류·담배·화기단속국은 말단 조직들 위의 ‘큰손’을 잡기 위해 거래를 추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개혁감독위는 주류·담배·화기단속국이 이 수사에서 한명도 체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주류·담배·화기단속국 요원 존 도드슨은 청문회에서 “어떤 때에는 밀매자들이 날마다 권총과 AK-47 종류, 50구경 컬리버 소총을 거래하는 것을 감시했다”며 “거래를 제지하고 싶었지만 상부에서 체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이 사안은 멕시코 범죄조직들이 사용하는 무기의 70%가 미국에서 흘러들어왔다는 주류·담배·화기단속국의 집계가 최근 공개된 뒤라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됐다. 2009년과 2010년에 멕시코에서 압류된 무기류 2만9284점 중 2만504점이 미국산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의 느슨한 총기 통제가 많은 멕시코인들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해석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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