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 저수지에 남성 ‘실례’…“못 먹는다” 모두 방류
지난 15일 새벽 1시30분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마운트테이버 공원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놀던 조시 시터(21)는 방광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시터는 주저없이 바지를 내리고 바로 옆 저수지의 고요한 수면 위로 소변을 뿜었다. 수상 방뇨가 훨씬 큰 파문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터로서는 당시에 알 길이 없었다.
시터가 소변을 흘려보낸 곳은 다름 아니라 포틀랜드의 5개 옥외 식수원 중 하나였다. 방뇨 행위는 감시카메라에 그대로 잡혔고, 이를 본 포틀랜드시 수자원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근처 빙하에서 흘러온 깨끗한 물을 정수해 시민들에게 공급해온 시 당국은 고민 끝에 저수지를 모두 비우기로 결정한다. 식수 2억4000만ℓ가 하수구로 방류됐고, 정수 비용 3만6000달러(약 3900만원)도 함께 떠내려갔다.
그러나 <에이피>(AP) 통신은 20일 이 조처가 시민 건강보다는 정서적 반감을 지나치게 신경 쓴 과민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저수지 전체의 물에 희석된 소변은 무시해도 될 양일 뿐더러, 건강한 사람의 소변에는 균이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의 저수지는 평소 오리 등이 서식하며 배설물을 쏟아내고 동물 주검도 떠있는 곳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시민은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이 안전한 식수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데, 우리는 수돗물이 누렇게 변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무지한 주민들을 달래려고 엄청난 물을 버렸다”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시 수자원국장 데이비드 셰프는 “소변을 마시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방류 결정을 정당화했다.
포틀랜드 시민들의 공적이 된 시터는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술에 취해 상수원이 아니라 하수도 시설인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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