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6명, 150만명 대표로 승진·보수 성차별 반기
친기업 연방대법 “전사적 차별 입증 못해” 기각
주택담보대출 사기 논란 등 집단소송 위축시킬 듯
친기업 연방대법 “전사적 차별 입증 못해” 기각
주택담보대출 사기 논란 등 집단소송 위축시킬 듯
사상 최대의 집단소송이 될 뻔한 미국 월마트의 성차별 사건이 연방대법원의 집단소송 불허 결정으로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근년 들어 친기업적 색채가 뚜렷해진 연방대법원의 이 판례로 집단소송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연방대법원이 20일 월마트 여직원들의 집단소송 개시 신청을 대법관 전원 일치의 판단으로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의 피츠버그 점포 여직원 6명이 2001년 승진과 보수에서 차별을 당했다며 시작한 이 소송은 집단소송으로 발전하면 전·현직 여직원 150만여명이 원고가 되는 초대형 사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집단소송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연방항소법원 결정이 연방대법원에서 뒤집힌 것이다. 집단소송이란 피해자 중 일부가 승소하면 피해자군에 속하는 이들이 따로 법정 다툼을 하지 않고도 배상을 받는 제도다.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신청을 기각했지만, 이 사건이 애초 집단소송거리가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 5명이다. 진보 성향의 4명은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참여 방식 등을 둘러싼 기술적 문제로 신청을 기각했다.
다수의견의 기각 사유는 월마트 여직원들을 공통된 정책의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은 “원고들은 회사가 전국적 차원에서 급여와 승진 차별책을 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3400여 점포 직원들의 집단소송이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집단소송으로 진행하면 개인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도 평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점포 관리자들에게 비교적 폭넓은 재량권이 주어졌고, 점포마다 차별의 내용과 정도가 다르다면 개별적으로 소송을 할 일이라는 판단이다.
반면 대법관 4명은 사건 내용 자체는 집단소송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여성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여직원들이 제시한 증거를 살피고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월마트에 성차별 문화가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시급을 받는 직원들 중에서는 여성 비율이 70%인 반면 관리직 가운데서는 33%에 불과한 점이 이를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여성 대법관 2명도 긴즈버그 대법관 편에 섰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결정이 직장에서의 성이나 인종 차별 등에 대한 집단소송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이디 리 펠드먼 조지타운대 교수는 “대형 모기지 업체들은 ‘전국적 차원에서는 적법하게 규정을 준수했으며, 각 지점들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줬을 뿐’이라고 할지 모른다”며,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택담보대출을 둘러싼 집단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들은 집단소송의 부담을 상당히 덜게 됐다며 반색하고 있다. 월마트는 집단소송이 인가되고 재판에서 진다면 수십억달러를 배상할 수도 있었다. 전미상공회의소 소송센터의 로빈 콘래드 부소장은 “그동안 집단소송은 기업들이 중도에 타협해야 할지 재정적 파멸을 맞을지 사이에서 고민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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