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군철수 일정 제시
“본국 재건할때”…남은 7만명은 2014년까지 철수
테러와의 전쟁 봉합 의도…탈레반과 대화 의지도
“본국 재건할때”…남은 7만명은 2014년까지 철수
테러와의 전쟁 봉합 의도…탈레반과 대화 의지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2일 “이제 본국을 재건할 때”라며 아프가니스탄 철군 일정을 제시했다. 오바마의 연설에서는 10년을 끈 ‘테러와의 전쟁’을 대략 봉합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났다.
오바마는 10만여명인 아프간 주둔군을 연내에 1만명 철수시키는 것을 비롯해 내년 여름(9월)까지 모두 3만30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12월 3만여명 증파를 결정하면서 올해 7월부터는 이들을 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이다.
오바마는 “우리는 목표를 완수해가고 있다”며 일련의 전과가 철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알카에다 지도부의 반 이상을 제거”하고 “알카에다가 유일한 지도자로 알던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점도 이런 결정의 배경으로 부각시켰다. 그는 이후에도 남을 7만여명은 단계적으로 2014년 말까지 철수시키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철군 시기는 미국 언론들이 예고한 ‘내년 말까지 3만여명’보다 다소 앞당겨진 것이다. 최초 철군 인원은 5000명일 것이라는 기사들도 나왔었으나 ‘올해 말까지 1만명’으로 뭉뚱그린 숫자가 제시됐다. <뉴욕 타임스>는 철군에 신중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주둔군 사령관보다는 ‘철군론자’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아프간의 모든 거리를 경비하고 산악지대를 무한정 순찰할 수는 없다”며 전쟁의 목표를 낮추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미국은 탈레반을 포함한 아프간인들을 화해시키는 노력에 동참하겠다”며, 탈레반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탈레반과의 협상 가능성을 띄운 것이다.
대외 군사개입에 대한 좀더 소극적인 기준을 제시한 점도 주목된다. 오바마는 “미국의 가장 큰 자산인 사람에 투자할 때”, “본국을 재건할 때”라며 경제 회복과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간 1200억달러(129조원)에 이르는 전비가 철군론의 가장 큰 배경임을 되새기는 발언이다. 오바마는 미국이 공격받으면 반격해야 하지만 반드시 대규모 파병이 필요하지는 않으며, 무고한 사람이 살해당하고 국제안보가 위협받더라도 리비아에서처럼 지상군을 보내지 않고 다른 국가들과 함께 대응하는 “중도 노선”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군 철수 계획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오바마의 철군 결정은 미국과 아프간 모두에게 좋은 진전”이라고 환영하며 “이제 아프간 국민들이 조국의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탈레반은 “아프간 위기의 해법은 모든 외국 군대가 당장 전면 철수하는 것”이라며 “오바마의 계획은 상징적 조처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다국적군의 주축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토 회원국 정부들은 일제히 미군 철수 계획을 환영하며, 자국군 철수 방침을 공표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프랑스군도 미군 철군 일정에 맞춰 점진적 철군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2015년까지 모든 전투부대를 철수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다국적군의 주축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토 회원국 정부들은 일제히 미군 철수 계획을 환영하며, 자국군 철수 방침을 공표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프랑스군도 미군 철군 일정에 맞춰 점진적 철군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2015년까지 모든 전투부대를 철수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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