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101건 대부분 불문…2명 사망 사건만 수사 방침
미국 법무부가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가혹행위 의혹 사건들에 대해 광범위한 면죄부를 발부했다. 중앙정보국의 불법행위 의혹들에 대해 기세 좋게 조사에 착수했지만 2년여 만에 꼬리를 내린 꼴이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30일 수감자 2명의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확대 방침을 밝혔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는 테러 용의자 처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했던 2009년 조직범죄 수사 전문가인 존 더럼을 특별검사로 지명해 테러 용의자 가혹행위 문제를 조사해왔다.
추가 조사가 예정된 2건은 아프가니스탄의 중앙정보국 비밀 감옥에서 2002년 숨진 굴 라흐만 사건과 이듬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사망한 마나델 알자마디 사건이다. 발가벗겨진 채 묶여있다가 동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라흐만의 죽음은 7년이 지나서야 <에이피>(AP) 통신의 폭로로 알려졌다. 매달린 채 심문을 받다 숨진 알자마디 사건은 그의 주검 앞에서 미군 병사들이 태연히 웃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두 사건 연루자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 기소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 법무부는 기초 조사를 벌여온 101건의 대부분을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
또 조지 부시 행정부가 물 고문과 잠 안재우기 고문 등의 지침을 내린 사실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세계적 논란을 일으킨 테러 용의자 고문 행태는 대부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
리언 파네타 중앙정보국 국장은 “광범위한 조사가 끝난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 조직 역사에서 한 장을 마감할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중앙정보국은 수감자들에게 상상을 뛰어넘는 잔인한 고문을 가해 국제법과 국내법을 위반했다”며 “불법행위의 규모와 범위에 비춰 홀더 장관의 축소 수사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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