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백인 ‘티파티’ 이어 미국 정치판 흔드나
보수적 백인들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유권자 운동단체인 ‘티파티’에 이어, 미국에서 최대 소수인종으로 성장한 히스패닉계(중남미계)의 유권자 단체인 ‘테킬라파티’가 이달 말께 출범한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14일 보도했다. 테킬라는 멕시코 고유의 술 이름으로, 멕시코계 등 히스패닉을 상징한다.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5000여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6.3%를 차지해 미국 내 최대 소수인종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히스패닉계의 투표율은 매우 낮아 인구수에 비해 선거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았으나, 테킬라파티 등 관련 유권자 단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미국 정치 지형을 바꿀 큰 정치 세력이 될 수 있다.
테킬라파티가 발족하게 된 주요 계기는 최근 미국 동남부 주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반이민법 제정 움직임이다. 애리조나에서는 불법 이민자로 의심되는 누구라도 검색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에 주는 법 제정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조지아에서도 비슷한 법 제정이 시도됐으며, 연방 정부는 애리조나와 조지아의 이런 법 제정을 무효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모임을 주도한 디디 가르시아 블라세는 공화당원이지만 테킬라파티를 반오바마 운동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티파티처럼 정치인들을 때리지 않을 것이고, 이 운동은 투표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히스패닉들은 대체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른바 ‘드림법안’ 통과 등 이민법 개혁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히스패닉들은 오바마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 철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히스패닉들의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은 18개월 전 73%를 보였으나, 이번주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52%로 떨어졌다.
테킬라파티는 이달 말 캔자스주에서 첫 모임을 열고 공식 출범한다. 캔자스주는 국경과 떨어진 곳이지만 주의회 의원이 불법 이민자들을 국경에서 “돼지처럼 사살해야 한다”고 제안해 논란이 됐던 곳이다. 이 모임에서는 명칭과는 달리 테킬라는 제공되지 않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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