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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되살아난 신평사들 유럽·미 정부 흔들기

등록 2011-07-17 21:06수정 2011-07-17 22:07

재정위기 틈타 ‘신용등급 하향’ 잇단 경고
금융위기때 주범 몰려 위축
세계 3대 신평사 다시 고개
“정부 회복노력 무산” 불만
2008년 금융위기 발발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신용평가회사 등이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해당 정부를 압박하며 다시 시장을 움직이는 주역이 되고 있다. 대형기관의 부실투자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금융위기 원인 제공자로 각국 정부의 수술대에 올랐던 3~4년 전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에스앤피)와 무디스는 지난주 잇따라 미국 정부의 부채상한 협상 부진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미 지난 4월 신평회사의 맏형 격인 에스앤피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겨 포문을 연 바 있다.

이 경고의 근본 배경엔 부채상한 협상을 두고 벌이는 미국 정치권의 정쟁 양상이 있기 때문에 미 정부 당국자들이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금융위기로 정부에 눌렸던 월가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지적은 잇따른다. 오스턴 굴즈비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의장이 지난 4월 “정치적 판단으로 너무 많은 무게를 둘 필요가 없다”고 불만을 보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유럽의 재정위기 국가들에 대한 신평회사들의 잇따른 신용평가 강등 조처에 대한 유럽연합 국가들 사이의 불만은 상당하다. 특히 무디스는 지난 4일과 12일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안이 타결될 경우 민간투자자들의 투자여력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를 투자 부적격 국가로 강등했다. 유럽 국가들은 현재의 경제실적보다 외부의 미래 상황에 대한 가설에 기초해 등급을 매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유럽연합 정상회의 등 주요 회의에 앞서 번번이 해당국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조처를 취하는 것은 ‘재뿌리기’라는 입장이다.

신평회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직접적 도화선이 됐던 부채담보부증권(CDO)들에 최상급 신용등급을 내려 위기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사후약방문식의 신용평가 △이로 인한 위기의 악순환 조장 △주고객인 대형 투자자들과의 유착 △3대 회사의 독과점 체제 등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물론 유로존 위기의 뿌리엔 유럽 국가들의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가 있지만, 잘못된 투자의 책임은 지지 않은채 번번이 대형은행 등 민간투자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신평회사들도 비판을 면하긴 어렵다. 이번 유럽 부채위기에서도 그리스 국채에 문제가 발생하자 뒤늦게 그리스 등급을 한꺼번에 무자비하게 내려 위기의 악순환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에스앤피,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는 모두 미국 회사로 20세기 초 미국의 철도투자붐 시절 철도회사 채권 평가를 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의 본격적인 영향력 확보는 1975년 미국의 증권감독위원회(SEC)로부터 국가공인 통계평가조직으로 인정받으면서 시작됐다. 증권감독위는 투자펀드 등에 이들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요구했다. 국가공인 통계평가조직은 이들 3개 신평회사 외에도 캐나다 회사 2개, 일본 회사 2개 등 모두 10개에 이르지만, 3대 회사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미 정부 당국에 의해 키워진 신평회사들이 이제 정부를 평가하고, 정부는 이들의 평가에 밀려 재정정책을 짜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린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상황에서 신평회사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 주장의 타당성과 상관없이, 금융위기 때 움츠러들었던 금융시장이 힘을 회복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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