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0시를 막 넘기자, 미국 뉴욕주 나이애가라 폭포 앞에서 키티 램버트(54)와 셰릴 러드(53)의 결혼식이 시작됐다. 각자 남편과 헤어진 뒤 12년 전부터 함께 살아온 애리조나 출신의 이 커플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을 100여명의 친구와 가족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지켜봤다. 두 여성은 5명의 아이와 12명의 손주를 갖고 있다. 러드는 <에이피>(AP) 통신에 “마침내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권리를 갖게 됐다”며 “이제 누구도 이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주의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첫날인 이날, 오랜 세월을 기다려온 수백쌍의 게이, 레즈비언 커플들은 식장으로, 시청으로 향했다. 지자체의 정식 결혼 허가서를 받은 첫 커플은 오전 8시45분, 시청 문이 열리자마자 혼인증명서를 발급받은 필리스 시걸(76)과 코니 코펠로브(84) 부부였다. 23년을 함께 살아온, 똑같이 안경을 쓴 은발의 두 할머니는 크리스틴 퀸 뉴욕시청 대변인 등이 박수를 보내는 앞에서 뺨에 키스를 나눈 뒤 근처 교회로 직행해 식을 올렸다. 뉴욕주엔 이날 823쌍이 결혼허가서 신청을 했으며, 뉴욕주는 혼잡을 막기 위해 추첨을 통해 허가서 발급 커플을 선정했다.
뉴욕주 의회는 지난달 24일 동성애자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곳은 뉴욕주 외에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버몬트, 뉴햄프셔, 아이오와 등 5개주와 워싱턴 디시 등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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