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이웃’ 레이철의 따뜻함
갑작 교통사고 사망뒤 알려져
1만4000명이 50만달러 모아
저개발국에 정수시설 등 지원
갑작 교통사고 사망뒤 알려져
1만4000명이 50만달러 모아
저개발국에 정수시설 등 지원
“저는 6월12일이면 9살이 됩니다. 하지만 전세계에는 매년 100만명의 사람이 5살이 되기 전에 죽어갑니다.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저를 아는 모든 분들, 저에게 생일선물을 주는 대신 여기에 기부해 주세요. 제 목표는 생일까지 300달러를 모으는 거랍니다.”
미국 워싱턴주 바슬에 사는 레이철 베크위스는 지난달 생일을 얼마 앞두고 구호단체 ‘채러티:워터’의 누리집을 통해 모금 운동(mycharitywater.org/rachels9thbirthday)을 시작했다. 이 누리집은 생일이나 결혼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받는 대신 저개발국가에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부를 받는 곳이다. 목표에 조금 모자란 220달러를 모금한 채 그의 생일날 닫힌 이 누리집은 지난 주말 다시 열렸다. 지난 20일 레이철이 고속도로에서 13중 추돌사고에 휘말려 사망한 직후 그가 다니던 교회의 한 목사가 연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망을 타고 빠르게 번진 레이철의 모금 운동에는 28일 오후까지 1만4000여명이 동참해 50만달러를 훌쩍 넘긴 돈이 모였다. 아프리카 등에 우물을 파거나 정수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는 ‘채러티:워터’는 300달러면 15명이 깨끗한 물을 20년 동안 마실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으니, 적어도 25만명이 레이철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오염되지 않은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셈이다. 같은 사고로 부상을 당한 레이철의 엄마 사만다는 모금 운동 누리집에 “우리 딸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여러분의 엄청난 사랑에 감사드린다”며 “레이철은 미소짓고 있을 것”이라고 썼다.
레이철을 본받아 ‘채러티:워터’에서 모금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레이철의 캠페인에 50달러를 기부한 그레고리 차타스는 “레이철의 뜻이 그를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는 것은 신의 선물”이라며 자신 또한 기부 운동을 시작했다. 레이철의 모금 운동은 ‘채러티:워터’의 역사상 가장 큰 돈을 모은 캠페인이 됐다. ‘채러티:워터’는 지난 5년간 4800만달러를 모아 아프리카, 아시아 등 3962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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