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삭감 우려 목소리
“경기침체 악화될 것”
“경기침체 악화될 것”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 증액안이 의회를 통과해, 미국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는 일단 피하게 됐다. 그러나 미국은 부채 상한 증액을 위해 향후 10년 동안 2조1천억~2조4천억달러의 지출을 삭감해야만 해, 고단한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미국 하원이 1일과 본회의에서 국가부채 한도 증액안을 찬성 269, 반대 161표로 통과시킨데 이어, 상원도 2일 본회의에서 찬성 74, 반대 26으로 통과시켰다.
통과된 합의안은 부채 한도를 2조1천억달러 증액하는 한편 지출에서 향후 10년간 최소 2조1천억달러을 삭감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논란이 됐던 지출 삭감은 1단계로 오는 10월1일까지 9170억달러를 삭감하고, 2단계로 상하원 특별합동위를 구성해 오는 11월23일까지 1조2천억~1조5천억달러의 추가 삭감안을 마련하게 된다. 추가 삭감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직권으로 최소 1조2천억달러의 추가 삭감이 가능하다.
이번 합의안 통과의 방점은 부채 한도 증액이라기보다는 지출 삭감이다. 미국이 아직 금융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지출 삭감은 경기 부양을 위한 중요한 수단 상실을 의미한다.
진보적인 경제학자로 영향력 있는 컬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1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합의안만으로 볼 때 비단 오바마 대통령이나 민주당에만 재앙이 아니라, 이미 침체된 경제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은 정부지출 삭감인데, 이번 타결안은 미국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출 삭감의 대부분은 국방비와 사회보장비에서 이뤄져, 공화·민주 양당의 보수·진보 계열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도 예상된다. 추가삭감안이 특별합동위에서 타결되지 못해 오바마 대통령 직권으로 1조2천억달러가 삭감될 경우, 그 절반은 국방비에서, 나머지 절반은 빈곤층·노령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보장비에서 이뤄진다.
지출삭감의 길도 멀고 험난하다. 당장 2012년 연방예산에서 지출 삭감액은 220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향후 10년동안 삭감할 지출의 1%에도 못미친다. 앞으로 미국이 얼마나 고단한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이젠하워 정부 이후 국내 지출을 최저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합의안대로 지출삭감이 진행되면, 미국 사회 각 부문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 확실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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