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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신용등급 하락보다 더 심각한 미국의 서민 실물경제

등록 2011-08-08 15:06

미국의 S&P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상에서 체험하며 바라보는 미국은 정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더블딥’에 대한 우려도 전부터 계속 있었던 것이고, 조금 경제에 관심이 있다는 미국인들도 ‘올 것이 왔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실물경제에 탄력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는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근과 홍수, 냉해 등으로 인해 크게 악화된 1차산업이 미국 물가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문제는 경기도 나빠지면서 소비자 물가도 가파르게 오른다는 겁니다. 한 예로 미국의 꽤 많은 양이 소비되는 농산품인 커피를 들 수 있습니다. 여름과 초가을만 빼고는 해가 떴다가도 금방 우중충해지는 날씨 덕이긴 하겠습니다만 스타벅스와 시애틀스 베스트 커피로 대표되는 ‘커피 제국의 수도’라고까지 불리는 시애틀에서 소비되는 최상급 커피의 양은 꽤 많습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코스트코에서 3파운드들이 콜롬비아 커피 한 봉지를 10달러로 충분히 살 수 있었습니다만 지금 가격은 18.99달러, 거의 두 배가 뛰었습니다. 빵을 만들려면 밀가루가 필요하나 밀 역시 흉작. 과자값과 빵값도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습니다. 우유값도 올랐습니다. 커피 음료로 유명한 시애틀이 비명을 지르는 게 현지에 살고 있는 제게 들릴 정도입니다.

최근엔 ‘실업 급여 수혜자가 줄었다’는 뉴스도 꽤 나옵니다. 마치 이게 실업이 해소되면서 나오는 뉴스 같지만, 실은 실업자들도 그 실업수당 수혜 한도를 다 타먹은 지 오래기 때문에, 즉 ‘받을 수가 없는 상태까지 왔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실물경제, 그것도 좀 바닥 쪽의 실물경제를 들여다보면 미국의 실상은 신용등급 몇 등급이 낮아져도 벌써 낮아져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우려할만한 점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가파른 증가입니다. 이미 서브프라임 사태를 통해 집들이 말 그대로 은행빚으로 ‘날아가 버린’ 상황, 막차나, 혹은 막차에 가깝게 집을 구했던 사람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을 ‘던져버리고’ 나가 버렸습니다. 모기지 이자를 내며 그 집을 안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러다 보니 매물이 남아돌고, 꽤 좋은 집들도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여기저기로 ‘집 쇼핑’을 다니기도 합니다. 제 주위에도 그런 이들이 몇몇 있더군요. 경매에 나온 수십만달러를 호가하는 물건들이 5-6만달러에 팔리는 경우도 봤고, 제 성당 교우 한 분이 수 에이커에 달하는, 한때 시장에 150만달러에 나왔던 물건을 40만달러보다 싼 값으로 건지는 경우도 봤습니다. 즉, 돈이 있는 사람에겐 점점 유리한 세상이 되는 겁니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 것이 혜택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만큼 손해 보는 사람도 있는 분명한 ‘제로섬 게임’임을 생각할 때, 그것은 지금도 계속 자라는 사회불안요인일 뿐입니다.

지금의 미국에서는 ‘미래’를 찾기 힘듭니다. 그런데 미국의 불안은 결국 세계 경제의 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것이 아이러니한 거죠. 유동성, 그러니까 더 쉽게 ‘먹튀’ 하려고 만들어놓았던 온갖 장치들은 지금 부메랑이 되어 미국이라는 나라의 뒤통수를 제대로 치고 있는 셈입니다. 아무튼, 경제불안요인, 사회불안요인, 국제적 불안요인을 모두 떠안고 있는 지금의 미국이 어떤 식으로 나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난국을 타개할 ‘전통적 방법’은 지금까지는 전쟁뿐이었습니다만, 그나마 이 전쟁마저도 하루 평균 8억달러의 전비를 써 가면서 계속 유지할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답이 없네요.

결국, 미국 국민에게도, 얼마 전 프랑스의 한 구순이 넘어간 레지스탕스 출신의 스테판 에셀 할아버지께서 동료 시민들에게 촉구했듯 미국인들도 지금의 이 부조리함에 분노해야만 일이 해결될 듯합니다. 미국의 가장 큰 기업들과 부자들이 지금의 경제 상황을 빌미로 세금조차 제대로 내고 있지 않은 이 불합리가 해소되고 세제 개혁이 이뤄지고 복지를 통한 구매력 회복, 그리고 해외에 나가 있는 생산시설을 다시 미국 안으로 불러들여 고용을 촉진하고,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시대에 그러했듯 정부가 부자들이 번 소득을 강제로 일반에게 펌프질을 해야만 해결될 것이 지금 미국의 경제인 듯합니다. 참,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그 아이들을 보기가 안타까운, 그런 세상이 오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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