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더블딥 기정사실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미 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7일(현지시각) “미국의 2차 침체는 (2007년 말부터 진행됐던) 1차 때보다 경제적 고통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 생산, 가계수입, 산업생산 등 경제 각 부문이 4년 전보다 훨씬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민간부문 노동인구는 3% 늘었는데, 일자리는 당시보다 5%(680만개)가량 줄었고, 실업률은 당시 5%대에서 9.1%로 급등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개인소득은 4년 전보다 4% 감소했다.
당시보다 좋아진 건 기업실적뿐이다. 올 1분기 기업들의 순이익은 2007년 4분기보다 22% 증가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기회복 전망 불투명으로 신규고용에 투자하지 않고 오로지 현금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결국 가계수입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1차) 침체 때는 미국인들이 몸에서 지방을 잘라냈다면, 2차 침체가 닥치면 뼈를 깎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 비관론자인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세계경제의 더블딥을 기정사실화했다. 루비니 교수는 8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채무위기에 빠지고 중국이 지난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인플레 부담으로 ‘구원 투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다며,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는 걸 막는 건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질서있는 채무 구조조정밖에 없다”며 대대적 채무 탕감 등 극약처방을 제안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도 7일 <시엔엔>(CNN)에 나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위축된 경제에 또다른 부담을 안겼다”며 “이 때문에 미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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