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권고하는 어머니에
“지금은 죽을때” 문자보내
미국 경찰 총격전 끝 체포
“지금은 죽을때” 문자보내
미국 경찰 총격전 끝 체포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영화 <보니와 클라이드>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3남매 은행강도가 총격을 동반한 영화 같은 추격전 끝에 1주일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스트립 댄서인 리그레이스 도어티(29)와 그의 두 남동생 라이언과 딜런은 지난 2일 플로리다주 제퍼힐스 시내에서 경찰의 과속 단속에 걸렸다. 흔한 사건으로 끝날 뻔한 이 해프닝은 갑자기 리그레이스가 경찰차에 총을 쏘면서 긴박한 추격전으로 변했다. 시속 160㎞를 넘나드는 속도로 도망가던 이들은 쫓아가던 경찰차의 바퀴에 총구멍을 낸 뒤 유유히 도망쳤다. 그로부터 5시간 뒤 이들은 조지아주 밸도스타의 한 은행에 마스크를 쓴 채 난입해 천장에 총을 쏘며 상당한 액수의 돈을 훔쳐 달아났다.
미국 언론은 이들에게 ‘보니와 클라이드’라는 별명을 붙이며 큰 관심을 쏟았다. 1930년대 실존한 갱단의 이야기를 다룬 아서 펜 감독의 1967년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탈출구 없는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쇄 은행강도를 저지르다 결국 경찰의 총에 사살됐다. 도어티 남매의 범죄가 즉흥적인 것인지 계획된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자수를 권고한 어머니에게 “지금은 우리가 죽을 때”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비극적인 최후를 암시하기도 했다.
도어티 남매는 지난 9일 콜로라도주의 한 상점에서 캠핑장비를 사는 것이 목격되면서 경찰의 추적을 받기 시작했다. 10일 오전 캠핑장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경찰에게 발견된 이들은 35㎞ 정도를 총을 쏘며 도망가다 경찰이 쳐놓은 ‘스톱 스틱’(타이어에 펑크를 내는 장치)에 걸려 차량이 한바퀴 뒤집어졌다가 가드레일에 부딪쳤다. 리그레이스는 차에서 내려 총을 쏘려다가 경찰의 총에 맞았고, 다른 형제는 도주하려다 체포됐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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