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간 국방비 1조달러 가량 삭감해야
‘세계경찰’ 노릇 대신 “미국민에 집중” 목소리
한쪽선 “세계안보 위험”…미 쇠퇴 부정하기도
‘세계경찰’ 노릇 대신 “미국민에 집중” 목소리
한쪽선 “세계안보 위험”…미 쇠퇴 부정하기도
1945년 8월15일은 일본의 항복으로 2차대전이 종결되며 미국이 전후 패권국으로 공식적으로 올라선 날이다. 36년 뒤인 1971년 이날,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달러와 금의 교환 폐기를 발표하며 전후 세계경제체제의 근간인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를 알렸다. 그 이후 미국의 힘과 패권은 지속적으로 약화의 길을 걸었다. 그런 면에서 한때 소련의 몰락 등으로 나타났던 미국 ‘단일슈퍼파워’ 체제도 일종의 착시현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2008년 월가발 금융위기 발생과 최근 미국 신용등급 하락은 미국의 세계적 역할 축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논쟁의 초점은 이제 미국의 역할축소가 미국과 세계에게 ‘악’인가 ‘선’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이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의 패권국 지위 상실까지 이어질까? 분명한 점은 미국이 지금 전 세계적 차원에서 역할 축소가 불가피한 ‘물리적’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국가부채한도 증액과 함께 향후 10년 동안 2조1000억~2조4000억달러의 지출을 삭감해야만 하고, 당장 3500억달러의 국방비가 삭감된다. 국방비는 향후 10년동안 1조달러 가까이 삭감될 운명이다. 이는 1970년대초 미국의 전세계적인 안보개입 축소를 밝힌 닉슨독트린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삭감이다.
사실 2003년 이라크전이 수렁에 빠진 때부터 미국 조야에서는 미국의 군사력과 역할이 전세계에서 ‘과잉전개’되고 있고, 보다 ‘온건한’대외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최근 퇴임한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그 중 하나이다.
미 웨슬리언대의 지울리오 갈라로티 교수는 지난해 출간된 <패권의 저주>에서 “패권은 4가지 방법으로 실패로 이끈다”며 미국의 현 상태를 진단했다. 즉 패권은 패권국으로 하여금 복잡한 상황에 대한 적응을 꺼리게 만들고, 국력의 과잉전개에 취약하게 만들며, 도덕적 해이의 희생자로 만들며, 일방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 “금융위기뿐 아니라 미 군사력의 과잉전개가 결국 소수에게 이익을 안겨주고 미 국민 다수를 희생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주 소련대사를 지내고 레이건 대통령의 외교참모를 했던 잭 맷락과 보수적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크리스토퍼 프래블도 각각 <초강대국 환상>과 <패권의 문제>라는 저서에서 같은 주장을 펼쳤다.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미국의 역할 축소는 미국과 세계에 ‘축복’이라는 적극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찰스 키니 ‘뉴아메리카재단’과 ‘글로벌개발센터’연구원은 지난주 발간된 <포린폴리시> 최신호에서 ‘쇠락을 환호하는 세가지 이유’라는 글을 통해, 미국이 쇠퇴를 인정하고 이에 걸맞게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미 국민의 복지와 세계 안보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2차대전 뒤 여전히 패권국 행세를 하던 영국이 수에즈위기를 계기로 이를 포기한 뒤 국력의 과잉전개 부담에서 벗어나 국민의 복지와 국제적 평판이 회복된 전례를 들며, 미국도 이를 따라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는 미국의 국방비가 레이건 시절의 평균까지로만 축소돼도 1년에 2500억달러가 절약되며 “그래도 미국은 여전히 중국보다 4배나 많은 국방비를 유지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국방비 축소와 세계적 개입 축소는 미 국민이 누리지 못하는 초고속철, 국민의료보험, 유급휴가 등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니 연구원은 “초강대국 지위로부터의 쇠퇴는 의심할 여지없이 미국의 국제적 평판을 향상시킬 것”이며 “미국 신용등급이 어떠해도, 미국은 ‘위대한 나라’로 남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물론 미국의 역할 축소가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마이클 만델바움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즈> 인터넷판에 실린 ‘다가오는 미국의 축소’라는 글을 통해 지출삭감으로 인한 미국의 역할축소에 동의하면서도, 이는 “세계 안보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 방위비의 대부분은 석유수송로 보호 및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세력균형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의 쇠퇴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미국의 소프트파워 우위를 설파했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서 “우리는 과거에도 이런 유행을 겪었다”며 “소련은 스푸트니크 발사로 우리보다 10피트나 더 큰 거인같았고, 80년대 일본은 우리보다 10피트나 큰 거인같았다. 이제는 또 중국이다”며 미국 쇠퇴는 성급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물론 미국의 역할 축소가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마이클 만델바움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즈> 인터넷판에 실린 ‘다가오는 미국의 축소’라는 글을 통해 지출삭감으로 인한 미국의 역할축소에 동의하면서도, 이는 “세계 안보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 방위비의 대부분은 석유수송로 보호 및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세력균형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의 쇠퇴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미국의 소프트파워 우위를 설파했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서 “우리는 과거에도 이런 유행을 겪었다”며 “소련은 스푸트니크 발사로 우리보다 10피트나 더 큰 거인같았고, 80년대 일본은 우리보다 10피트나 큰 거인같았다. 이제는 또 중국이다”며 미국 쇠퇴는 성급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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