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출세작 〈노르웨이 숲〉의 영문판
과제도서 선정에 “성애 묘사 너무 생생” 학부모들 항의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출세작인 <노르웨이 숲>(한국명 <상실의 시대>)이 미국 일부 고등학교에서 여름방학 권장도서로 지정했다가 학부형들이 10대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책이라는 항의를 받고 삭제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1987년 일본에서 상하권으로 출간돼 단행본과 문고판을 합쳐 1천만권 이상 판매되고 영어권에서도 수백만권이 팔린 초베스트셀러인 <노르웨이 숲>이 미국 뉴저지주 몬로 타운쉽 교육위원회의 여름방학 과제목록의 한권으로 지정됐으나 학부형들이 성묘사가 지나치다는 항의를 받고 지정을 취소했다고 일본의 온라인매체인 <제이캐스트>가 18일 지역신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노르웨이 숲> 이외에도 약물중독자가 난교에 탐닉하는 장면을 묘사한 <메탄훼타민> 등 2권도 지정취소됐다.
학부형들은 <노르웨이숲>에 대해 “31살의 여성과 13살의 여자아이의 레즈비언 성애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10대 어린아이에게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쇼크다”는 불만이 속출했다고 한다.
애초 해당 교육위원회에서는 관내 고등학교 과제목록을 선정하면서 이른바 ‘고전’은 줄이고 학생들이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새 책을 늘린 배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학부형의 불만이 제기된 학교는 단 한곳 뿐으로 다른 학교는 과제 목록 가운데 일부 책에 대해 미리 “약물이나 알콜의 사용, 심한 폭력, 비열한 언어 등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부기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지를 넓히도록 했다.
해당 교육위원회의 위원장은 “언어 일부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 책을 검토할 때 이를 놓쳤다. 좀더 상세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사죄하고 앞으로 과제도서 목록을 작성할 때는 교직원 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선정멤버로 포함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르웨이 숲>의 미국판권을 갖고 있는 출판사쪽은 “과제도서 목록은 원래 지역의 교사, 사서, 직원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교육위원회의 승인도 얻은 것이다. 보호자가 이런 중요한 소설작품을 퇴출할 필요성을 느낀 것은 불행한 일로 교육위원회가 압력에 굴복해 전문가인 교육자에 의한 추천을 중시 하지 않했다는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1987년 3월7일 아침 일찍부터 17시간에 걸쳐 휴식없이 볼펜으로 <노르웨이 숲> 초고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숲>은 지난해말 영화화돼 일본에서만 14억엔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한국에서도 <상실의 시대> 이름으로 출간돼 100만권 이상이 판매됐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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