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 에드워즈
구글 고위직 출신, 오바마 타운홀미팅서 버핏세 지지
“나를 만든 건 연방 장학금…세금 감면 때문에 괴로워”
“나를 만든 건 연방 장학금…세금 감면 때문에 괴로워”
“저는 지금 자발적인 실업자입니다. 제 질문은… 내 세금을 좀 올려주시겠습니까?”
수십명이 들어찬 강당은 잠시 침묵 속에 빠졌다. 그다음에는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최근 ‘슈퍼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라는 ‘버핏세’를 전면에 내건 뒤 정치적 비난에 휩싸여 있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크게 기꺼운 표정을 지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26일 실리콘밸리에서 연 ‘타운홀 미팅’에서 세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한 더그 에드워즈가 최근 부자 증세 논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질문 서두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신생기업에서 이미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더이상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오바마가 “무슨 기업이냐”고 되묻자 “검색엔진”이라고 대답해 다시 한번 박수를 받았다. 그가 일한 기업이 구글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에드워즈는 기자로 일하다 구글의 59번째 직원으로 합류해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브랜드 매니저를 지냈고, 기업 공개 이후 회사를 그만뒀다. 그가 가지고 있던 스톡옵션은 적어도 수백만달러어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그가 스톡옵션을 행사했는지, 실업인 상태에서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올해 초 내부의 시각으로 구글 초창기를 설명한 <나는 운이 좋다: 구글 직원넘버 59번의 고백>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타운홀 미팅에서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펠 그랜트(연방정부의 장학금), 사회간접자본,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에 투자를 지속하는 나라에 살고 싶다”며 “의회가 우리(부자들)에게 수년간 큰 혜택을 줬던 세금감면을 지속하려는 것은 저를 괴롭게 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그의 질문에 힘입은 듯 “미국의 성공은 누군가가 교육시스템에 투자하고 학교를 짓고 훌륭한 대학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성공한 사람들은 혼자 힘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에드워즈의 질문이 몇달 동안 재정적자 감축에 시달려온 오바마 대통령에겐 흔치 않은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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