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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24년 길러준 아버지…친부모 ‘살해자’였다

등록 2011-10-09 20:50수정 2011-10-09 21:25

아르헨티나 ‘더러운 전쟁’의 비극
몬테네그로, 4개월때 ‘부모 살해작전’ 군인의 딸로
군부, 1980년대 정치범 자녀 유괴…재판 막바지
빅토리아 몬테네그로(35·사진)가 기억하는 아버지 에르난 테츨라프 중령의 모습은 언제나 신념에 가득 찬 군인의 모습이었다. 그는 저녁식사 때마다 자기가 ‘불순분자’들을 어떻게 해치웠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열변은 종종 그가 권총을 식탁에 두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빅토리아가 24살이 됐을 때 그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인 줄 알았던 테츨라프 중령이 사실은 그의 친부모를 살해한 작전에 참가한 인물이고, 자신은 그 ‘불순분자’의 딸이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군부가 저지른 ‘더러운 전쟁’(1976~83·군사정권이 저지른 테러·고문·납치·살인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 잉태한 기막힌 비극이다.

아르헨티나 군정 당시 정치범 자녀를 강제로 납치하거나 수감된 여성 정치범의 아이를 빼앗아 군 장교 등에게 강제로 입양시킨 ‘아기 유괴’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군부 최고 명령권자들에 대한 첫번째 유죄판결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적어도 500명 이상의 아기를 유괴해 ‘생이별’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 대통령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등 당시 군부 핵심 세력이 그 대상이다.

빅토리아 몬테네그로는 1976년 1월 반군정 활동가였던 일다와 로케 몬테네그로의 딸로 태어났다. 그리고 태어난 지 13일 만에 납치당했다. 친부모는 빅토리아가 납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문당한 뒤 살해됐다. 그리고 그 작전에 참가했던 테츨라프 중령은 생후 4개월 된 빅토리아를 입양했다.

진실의 뚜껑이 열린 것은 1997년이었다. 테츨라프 중령을 유괴 혐의로 조사하던 법원이 빅토리아에게 친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그녀의 나이 20살 때의 일이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빅토리아는 자신의 유전자(DNA) 제출을 거부하다 2000년에야 제출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해 테츨라프 중령은 빅토리아와의 저녁식사에서 그가 친부모를 죽인 작전에 참가했다고 고백했다. 어릴 적부터 항상 ‘불순분자는 나쁜 사람들’이라는 교육을 받아온 빅토리아가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 몇년이 걸린 셈이다. 그는 테츨라프 중령이 2001년 유괴 혐의로 감옥에 간 이후 2003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군부독재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저질러진 일”이라고 생각하며 매주 면회를 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봄 그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몬테네그로’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층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테츨라프를 미워하지는 않지만 용서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유괴된 아이들 중 105번째로 지난 8월 라우라 레이놀드 시베르가 자기의 진짜 이름을 찾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아기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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