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공공지출 증액·부자증세 반대’ 상정 부결
민주 “법안 쪼개 재추진”…정치권 또 ‘발목잡기’
민주 “법안 쪼개 재추진”…정치권 또 ‘발목잡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금융위기 대처와 관련해 야심적으로 발표한 일자리 법안들이 공화당의 반대 등으로 결국 상원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경제위기 와중에 연방정부 부채 차입 상한선, 예산 적자 축소 등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였던 미국 정치권이 또다시 경제위기 대책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미 상원은 11일 오바마 행정부가 제출한 4470억달러 규모의 일자리 창출 법안에 대해 찬성 50, 반대 49로 의안 상정을 부결시켰다. 법안 심의에 들어가는 절차인 상원 상정에는 60명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 2명도 반대표를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오늘 밤의 투표는 결코 이 싸움의 끝이 아니다”라며 일자리 대책을 다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민주당 쪽은 의안 상정이 부결된 뒤 법안을 쪼개서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완강히 거부하는데다,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도 향후 이 법안 심사에서 입장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혀, 내용 중 상당 부분이 형해화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이 법안은 공공분야 지출 증액과 근로소득세의 일시적 삭감을 뼈대로 하며, ‘부자증세’를 주장한 민주당 내 진보파들의 요구를 반영해 연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증세 대책도 포함하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을 손대지 말고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했으나, 공화당 쪽은 공공지출 증액과 부자증세를 들어 거부했다.
법안 심사에 앞서 양당은 책임 떠넘기기로 서로를 비난해, 애초부터 상정이 힘들 거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화당은 경제가 형편없는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정치적 이유로 대통령의 일자리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미치 코넬 공화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악당처럼 보일 것이라는 의도를 갖고 이 법안이 부결되도록 입안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도 법안 상정에 실패함에 따라, 오바마의 일자리 창출 법안의 운명은 극히 불투명해졌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반대하는 내용들을 대폭 수정하지 않는 한 통과될 가능성 희박하기 때문이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접근을 포기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이런 반대와 민주당 쪽의 소극적 입장에 따라, 오바마의 일자리 창출 법안은 사안별로 쪼개져, 양당 정치인들의 입맛에 맞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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