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분 등 통제권도 박탈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상속녀로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인 릴리안 베탕쿠르(89)가 치매에 걸려 딸과 손자들의 보호를 받게 됐다. 180억유로(27조원)로 추산되는 그의 재산도 가족들의 통제 아래 놓인다.
프랑스 파리 서부의 쿠르브부아 법원은 17일 베탕쿠르와 그의 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메예르 사이에서 벌어진 재판에서 “베탕쿠르가 일종의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스스로 일을 처리할 수 없으므로 가족들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그의 보호자로 큰 손자 장 빅토르 메예르(25)를 지정했으며, 거대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지분을 포함한 모든 재산은 그의 딸과 두 손자의 통제 아래 둬야 한다고 결정했다.
애초 이 사건은 딸 베탕쿠르메예르가 베탕쿠르로부터 사진가인 프랑수아마리 바니에의 영향력을 제거하려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베탕쿠르는 이미 예술품과 생명보험 계약을 통해 10억유로 이상의 돈을 바니에에게 넘겨줬다. 이 재판은 베탕쿠르가 도청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언론에 공개된 도청 내용엔 베탕쿠르가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사르코지에게 불법적인 정치 자금을 줬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때 사르코지 대통령실은 정치자금 수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도록 프랑스 국내보안기관을 불법으로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번 법정 다툼과 판결로 로레알의 베탕쿠르 지분(31%)이 2대 주주(29.7%)인 스위스의 식품회사 네슬레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딸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로레알의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이를 부인했다. 네슬레는 이날까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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