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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컴퓨터·휴대폰 모르는 ‘실리콘밸리 2세들’

등록 2011-10-24 20:49

‘디지털 0’ 미 발도르프 학교
‘창의적 사고·주의력 훼손’
학교내 반입·사용도 금지
학부모 대부분 IT회사 직원
교육 학자들 ‘찬반론’ 팽팽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앨토스에 있는 발도르프 초등학교 5학년인 앤디 이글은 요즘 뜨개질에 한창 빠져있다. 이번 학기 뜨개질 수업의 숙제는 양말 만들기다. 앤디가 다니는 이 학교는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위치해 학부모들의 4분의 3이 구글, 애플, 야후, 이베이, 휼릿패커드 등 정보통신(IT) 기업에 다니는데, 정작 학교엔 컴퓨터가 한 대도 없다. 스크린보드, 빔 프로젝트 등 디지털 기기도 없다. 사립학교인 이 학교는 연간 수업료가 초·중학교는 1만7750달러(2015만원), 고등학교는 2만4400달러(2770만원)에 이르지만, 컴퓨터 구입에는 전혀 돈을 쓰지 않는다. 학교에는 책, 연필, 분필 등 아날로그 교육 기자재만 있고, 교실 한켠에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꽂혀있다.

<뉴욕타임스>가 23일 소개한 사립학교인 발도르프 학교는 창의적 사고, 인간 교류, 주의력 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구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휴대폰, 아이패드, 노트북 등 다른 디지털 기기도 못 가져오게 한다. 대부분 미국 학교들이 컴퓨터를 한 대라도 더 구입해 교실을 디지털화하려는 기조와는 정반대다.

앤디의 아버지 앨런은 구글 직원이다. 그는 “아이패드가 산수, 읽기 등을 더 잘 가르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테크놀로지는 그 시간과 장소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지만, 앤디는 요즘 아이답지 않게 컴퓨터에서 구글 검색도 할 줄 모른다. 이 학교는 이런 교육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각에 대해 발도르프 고등학교 졸업자의 94%가 UC버클리 등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 학교의 ‘디지털 제로’ 학습방침은 교육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학교의 방침을 적극 지지하는 학자가 있는 반면,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학습효과를 높이고 학습 주의력을 끌어올린다는 반론을 편다. 또 이 학교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은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수준과 소득 덕으로 아날로그 교육방식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 “이 학교 학생들의 학부모는 대체로 고학력에 자유주의적 성향이며, 또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접하려 할 때, 전문가 수준의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하면서 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피에르 로렌트(50)는 “어릴 때 컴퓨터를 안 배우면 디지털 시대에 뒤진다고 하는데, 컴퓨터를 다루는 건 치약을 짜는 것만큼 쉬운 일”이라며 “아이들이 좀더 큰 뒤에 컴퓨터에 익숙해지는 게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발도르프학교(슈타이너학교)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발도로프 아스토리아 담배공장 사장인 에밀 몰트가 사상가이자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뢰해 공장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전인교육학교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교육개혁 대안모델로 평가받으며 현재 각국에 수천개의 학교와 유치원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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